문화.관광업계에 때아닌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IMF이후 잔뜩 움츠러 든 지역 문화계는 그 여파를 회복하기도 전에 불경기와 대구지하철참사, 이라크전등의 대형 악재가 밀려들어 고사직전의 상황에 빠졌다.
올들어 미술전시회, 공연 등이 크게 줄었고, 영화관에는 좌석이 텅텅 비어 있다.
대구 화랑가는 전시 시즌이 시작됐지만 썰렁한 모습이다.
새로운 전시회나 대형 기획전을 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소장 작품을 전시하거나 비용이 들지 않는 전시회를 여는 화랑들이 상당수다.
김태수(62)한국화랑협회장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미술계"라면서 "화랑마다 그림이 팔리지 않아 IMF때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공연의 경우 올들어 지하철사고 등으로 거의 열리지 않은데다 올 상반기에 예정된 공연도 2,3건에 불과하다.
공연기획사 문화사랑 김종원(39) 대표는 "4월에 열리는 피아니스트 헬렌 황 연주회가 올 상반기의 유일한 메이저급 공연인데, 경기가 좋지 않아 큰 걱정"이라면서 "기획사들이 불투명한 경기로 인해 올 상반기에 세워둔 공연계획을 대부분 포기했다"고 말했다.
5월까지 예정된 대중가수들의 공연도 4건에 불과하다.
매달 2,3건씩 공연이 열리던 지난해에 비하면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다.
영화관도 관객들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연일 찬바람을 맞고 있다.
영화관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참사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불경기로 인해 극장가가 썰렁해졌다"면서 "홍보비를 늘리고 사은행사를 해보지만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업체.개인들의 후원이 줄어들면서 문화계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상법(44)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는 "최근들어 스폰서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도 갖은 악재로 인해 매출이 50% 가까이 떨어져 울상이다.
경북관광의 한 직원은 "관광업계는 괴질이란 복병까지 겹쳐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국내, 국외를 가리지 않고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주.안동 등 관광지에는 눈에 띌 정도로 관광객이 감소했다.
경주의 한 호텔 관계자는 "객실예약률이 지난해에 비해 20, 30%정도 줄어들어 큰 일"이라면서 "사람들이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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