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규의 한방 이야기-우황청심환

찬 기운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기운이 감도는 시기에는 중풍을 조심해야 한다.

일교차가 심한 아침, 저녁에는 급격한 체온변화가 없도록 옷을 제대로 입고 아침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혈관수축으로 혈압이상이 생겨, 중풍에 걸릴 수 있다.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은 우황(소의 담석) 등 여러 약재로 구성돼 있으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중풍 응급약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 약은 흔히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릴 때, 심지어 멀미가 날 때도 이용된다.

그러나 한의학적으로 볼 때 우황청심환의 남용은 매우 위험하다.

한의사의 진단은 고사하고 자신의 증상조차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선 병을 증상에 따라 허실과 한열로 구분하고 이에 근거해 적절한 처방을 한다.

즉 허증(虛證)에는 보약(補藥)을, 실증(實證)에는 사약(瀉藥)을, 한증(寒證)에는 열약(熱藥)을, 열증(熱證)에는 한약(寒藥)을 처방한다.

이런 치료의 원칙은 바로 인체의 음양평형 유지에 근거한다.

부족한 것은 보충하고 남아도는 것은 제거하며 몸이 차면 따뜻하게 하고 열이 있으면 서늘하게 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다.

따라서 한약을 먹을 때는 반드시 몸의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같은 병(病)이라도 증(證)이 다를 수 있고 다른 병(病)이라도 증(證)이 같을 수 있으므로 더더욱 약을 조심해서 선택하고 한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우황은 맛이 쓰기 때문에 열을 없앨 수 있는 찬 성질의 약이며 열증(熱證)에 적합하다.

열 중에서도 심(心)과 간(肝)에 있는 열을 제거하므로 가슴에 열이 가득한 느낌, 화가 나서 열이 오르는 경우, 열이 심해 졸도한 경우 등엔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다.

또한 평소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 사람이 중풍(中風)으로 쓰러졌다면 우황청심환이 응급약으로 사용될 수 있다.

모든 사물에 음양이 있듯이 우황청심환과 반대되는 약이 있다.

똑같이 쓰러졌어도 전신이 싸늘하며 입술이 새파란 경우의 응급처치 약은 몸을 따뜻하게 도와줄 수 있는 처방인 소합향원(蘇合香元)이다.

사람이 싸늘한 채로 쓰러졌을 때 우황청심환을 먹인다면 더욱 싸늘하게 만드는 꼴이 된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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