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만원대 분양가 합당한가?

IMF 이전 까지만해도 건설업을 지역의 주력산업으로 소개됐던 대구가 이젠 건설시장의 안방을 외지업체에 속속 내놓는 처지로 전락해버렸다. 외환위기 이후 지역의 건설업체들이 몰락한 틈을 비집고 지난 2001년 들어온 롯데건설이 엄청난 수익을 남기며 대구시장을 넓혀가자 다른 대형건설사들도 외지의 시행사를 파트너로 잇따라 대구에 짐을 풀어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만큼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심화, 지역경제의 부실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면 지역민들을 상대로 아파트를 분양,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들 외지업체들은 과연 지역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전무하다. 취득세와 등록세는 아파트계약자 몫으로 돌리고, 법인세는 본사 소재지인 서울에서 낸다.

이들 외지업체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시공에 참여하는 하청업체 중 지역업체의 비중 확대에 의한 고용창출과 관련산업 활성화다. 하지만 이 마저도 '희망사항'에 그치고 있다. 대구에서 아파트를 시공중인 모 서울업체의 경우 당초 "하청업체중 지역기업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약속과 함께 실행에 옮겼지만 낮은 계약단가 등으로 참여업체가 스스로 시공을 포기했다.

또 최근 달서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한 대형건설사 대표는 구청 도시건설국장의 "공사현장에 지역업체를 많이 써 달라"는 요청에 대해 "자체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지역현실과 상관없이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서울 등 외지업체들의 난립과 경쟁적인 부지매입, 아파트분양 경쟁은 지역적으로나 아파트 수요자입장에서 도움이 될 게 하나도 없다. 부동산값 거품을 만들어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앗아가고,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등 부작용만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건설업계가 아파트 분양가를 지난치게 인상,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여론을 감안,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적절한 대책마련에 나서주길 기대해 본다. 33평형 600만원, 중대형 700만원에 근접하는 분양가격이 과연 합당한지 '분양원가'를 추적하는 방법 등으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격의 고삐를 잡아야 한다.

또 높은 분양가격을 내정한 업체에 대해서는 행정관청이 엄격한 잣대로 건축심의를 하는 한편 분양가격을 시세에 맞춰 책정한 후 대지비.건축비 등을 역으로 끼우 맞추는 형식으로 엉터리 분양가격을 산출, 분양승인신청서를 제출한 경우 사법처리 하는 방안도 강구할만하다. 또 과다 분양가격을 책정한 업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금을 중과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이밖에도 전용면적.계약면적.공급면적 등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아파트 면적표시 방법을 개선하고 건설업체가 막연하게 "최고급 마감자재 사용"같은 표현으로 분양가격을 편법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이중삼중으로 마련해야 한다.

황재성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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