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자도 화장을 하는 시대?

21세기는 과연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인가. 모두들 그동안 불평등의 굴레 속에서 살아온 여성들이 당당하게 자기 자리를 찾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궁리 펴냄)'는 사회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인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교수는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위해 행동하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고려할때 여성이 자연스레 사회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필자의 주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페미니즘 책이지만, 사회생물학과 남녀의 연관관계를 쉽고 흥미롭게 써놓아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다.

▲수컷만으로 생존이 가능한가=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이 아담을 먼저 만들고 그의 갈비뼈를 뽑아 이브를 만들었다고 가르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암컷이 먼저 생겨나고 나중에 부수적인 필요에 의해 수컷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하다.

지구상에는 수컷을 만들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해 여태 암컷들끼리만 사는 생물종들도 있고, 수컷들과 함께 살다가 결국 없애버리고 암컷들만 남아 살아가는 종들도 있다.

수컷들끼리만 사는 종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가부장적 사회는 남성에게 고통만=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수명이 길다.

대부분의 동물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번식의 기회를 얻기 위해 암컷에게 잘 보여야 하는 수컷들은 번식기 내내 변변히 먹지도 못하고 오로지 성애에 탐닉한다.

여러 암컷들을 거느리기 위해 항상 위험한 격투를 겪어야 하고, 암컷들을 늘 즐겁게 하기 위해 온갖 노고를 기울여야 한다.

수컷이란 '짧고 굵게'살다 가게끔 진화한 동물이다.

인간세상에서는 실질적인 이득도 별로 없는 허울뿐인 가부장 계급장을 떼내면 정말 편해지는 건 남성들이다.

사망률부터 평균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다.

여성의 세기가 되면 여성만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함께 해방된다.

▲질투는 남성이 훨씬 강하다=흔히 질투란 여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남성의 속성이다.

암컷은 자식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자기 몸으로 직접 낳은 자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컷은 자기 자식이 진정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식인지에 대해 언제나 의심한다.

이 때문에 수컷들은 진화의 역사를 통해 다른 수컷들로부터 암컷을 보호하는 온갖 방법들을 개발했다.

잠자리와 실잠자리들은 짝짓기를 마친 다음에도 암컷을 놓아주지 않고 달고 다니는 것이나 중세시대에 애용되던 '정조대'나 별 다를 바 없다.

▲여성시대는 우리나라에 의외로 빨리 올 수 있다=아들을 낳기 위해 뱃속의 딸들을 무참하게 지워버린 우리 여성들 덕분이다.

1970년대 이후 전통적인 남아선호 경향은 태아 성감별법에 힘입어 엄청난 성비 불균형을 초래했다.

성비는 동물들의 짝짓기 구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귀한 성이 흔한 성을 선택할 권리를 얻는 게 법칙이다.

동물세계의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이 먼저 우리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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