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는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로 시작된다.
그렇다.
청춘이란 비누냄새처럼 싱그럽고 설익은 풋풋함을 떠올리게 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수필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민태원의 '청춘 예찬'은 이렇게 출발하면서 그 예찬의 극치를 보여준다.
▲청춘은 가능성 쪽으로 활짝 열려 있으며, 두근거림과 패기, 열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젊은이들은 과연 어떤가. 외환 위기 이후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실업률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주눅들어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열등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염세주의, 절망, 방황, 비관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마저 적지 않아 보인다.
▲우리 사회에 '청년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확산되는 양상이다.
장래에 대한 패기와 자신감이 넘쳐야 할 20대 젊은이들이 자포자기하거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드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한 젊은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스로 일자리를 얻은 20대들조차 그런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현실을 도피의 수단으로 무작정 이민을 꿈꾸는가 하면, 구체적인 진로도 찾지 않은 채 직장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다.
▲'인생 역전'을 노리는 젊은이들도 적지는 않다.
고시촌엔 좌절과 실패를 한 번의 시험으로 뒤집어보려는 젊은이들이 붐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첫 직장을 잘 구하지 못하면 곧 낙오자가 된다는 강박감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청년 4명 중 1명이 일자리가 없고, 통계청의 고용 동향을 봐도 청년 실업률이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듯이 우리 사회가 그들을 낙오자로 만들거나 현실 도피로 몰아 넣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경쟁사회에 진출해 느끼는 자포자기와 무력감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나친 '1등주의'와 획일주의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자립과 자율성을 길러주지 않은 과보호, 복잡다단해진 사회의 넓어진 선택의 폭과 그 훈련 부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감각을 자극해 삶의 순간을 즐겁게 만드는 것만 추구하는 경향도 지적된다.
청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해 깊이 사고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과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자신감 키워주기가 무엇보다 먼저 이뤄져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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