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돈다발에 양주 200병'이라니

'장롱속의 가죽가방을 열어보니 하얀 행정봉투 4개에 만원짜리 신권 100장씩이 들어 있었고 그 옆 가방에서도 100만원이 든 봉투 2개가 발견됐으며 화장대 서랍속 지갑에선 10만원권 수표 20장…양복 티켓, 구두상품권, 맥주교환권, 포장김치 교환권 등 백화점 상품권이 50여장도 있었고 다른방 한곳은 거의 술창고 같았는데 그 속엔 로열살루트, 17년산 발렌타인, 골드라벨 조니워커, 시바스 리갈 등 고급양주 200여병과 맥주 박스가 군데군데 쌓여져 있어 웬만한 룸살롱보다 많더라…'.

수뢰혐의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의해 구속된 전 중부지방국세청 개인납세1과장 유모씨의 서울 가락동 자택을 수색한 경찰관들이 전한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경찰관들도 오죽했으면 "세상은 바뀌었는데 국세청의 위세는 여전한것 같더라. 모든 세무공무원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수사하면서도 착잡했다"는 푸념을 했을까. 이게 바로 우리 공직사회 일부는 아직까지 철저히 부패해 있다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정권 5년내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직개혁을 누누이 강조하고 노무현 정부가 윤리강령까지 만들며 부패척결을 외쳤지만 그 서슬에도 아랑곳 없이 철저히 썩어가고 있는 국세청 간부의 한 단면이 드러난 셈이고 과연 이런 유의 공무원이 한둘이겠는가. 이건 뭘 의미하는가.

"너희들은 개혁, 개혁 떠들어라. 그래도 우리는 챙길것 챙기겠다"는 개혁 냉소주의의 소산이자 앞으론 개혁을 외치고 뒤꽁무니에선 별짓을 다하는 공직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결국 지난 5년간의 공직개혁 정책이 얼마나 겉돌고 허구였나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국세청 간부는 포항세무서장 시절 장부조작을 눈감아주고 어느 호텔의 법인세 2억5천만원을 되레 환급해줘 결국 '사복'을 채우려고 국고 손실까지 끼친 용납할 수 없는 범죄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 어디에도 공직자의 기본윤리조차 찾아 볼 수 없는, 공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철밥통'이 아니고 뭔가.

지금 우리 사회는 제2의 IMF 기류로 대졸실업자, 노숙자, 감원공포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사는 계층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국세청 간부의 행태는 바로 이 서민들에게 위화감은 물론 살 희망마저 꺾어놓으면서 강한 배산감만을 심어주었다.

노무현 정부의 사정(司正)의지가 과연 어떤지 전 국민과 함께 우리는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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