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경기는 '밑바닥'인데 도무지 이렇다할 경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거시경제 지표들이 한결같이 한국 경제의 '경착륙'을 염려하고 있는데도 당국은 발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있는 것 같다.
정책 실기(失機)가 정책 실패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새정부 출범 초기 섣부른 부양책이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고, 이라크 전쟁.북핵 등 대외 변수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개혁의 기치를 드높인 마당이라 정책 선택의 폭이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이처럼 급격히 얼어붙고있는 현실은 인정해야한다.
정책의 '이상'에 파묻혀 '현실'이 간과된다면 그야말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 정책'이 될 것이다.
대한상의.전경련 등 경제5단체는 3일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어려운 침체국면에 빠져있다"며 정부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을 촉구했다.
즉 외국인 고용허가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 축소, 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 등 소비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기업 관련 정책은 경제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노동계는 경제가 회복국면으로 반전되는 조짐을 보일 때까지만이라도 노사 분규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야말로 생산 현장의 '볼멘 소리'다.
업계의 이같은 외침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기업측에도 책임이 많다.
외환위기 이후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절반의 성과'도 이루지 못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와 업계가 '명분 싸움'에 매달릴 겨를이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따라서 정책의 우선 순위 논쟁은 뒤로하고 먼저 죽어가는 서민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의 탄력성을 보여야할 때다.
이제 정부도 조만간 도입키로 했던 '외국인고용허가제'를 특정 업종에 국한해 시범 실시한 뒤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한발짝 물러섰다.
공무원노조 허용에 대해서도 전교조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 검토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정책은 현실에 너무 앞서가도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 위험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
가뜩이나 이념 대립으로 국론이 분열된 시점이 아닌가. 일관성 있는 경제 정책, 그것이 바로 위험의 골짜기를 빨리 벗어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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