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들지 않는 도시-경산 대학촌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대학도시 경산. 13개 대학에 12만5천600여명의 학생, 3천500여명의 교수와 교직원, 대학이 있어 먹고 살아가는 상인 3만여명 등 모두 16만여명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대학촌을 이루고 있다.

대학촌 경산의 여러 모습들을 독자들과 함께 탐방한다.

경산의 대학촌은 잠들지 않는다.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에도 대학촌에는 동료, 선.후배와 함께 밤새 마신 술에 취해 어깨동무하고 해장국으로 취기를 깨우려는 젊은이들.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날밤을 지샌 '올빼미족'들. 도서관에 가기 위해 총총걸음을 하는 대학생들이 겹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4일 오전 8시쯤. 지하철 1호선 반야월역과 안심역에는 10∼15분 간격으로 대학생과 교직원들을 태운 셔틀버스들이 여러 방면의 대학으로 달려간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전 구간 운행이 안되면서 이용자가 참사 이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으나 여전히 많은 통학생들은 지하철에서 내려 이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로 간다.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를 전후해 교문 주변과 대학촌은 학생들의 활기찬 발걸음으로 북적대고 밤새 생명력을 불어넣은 듯 활력을 되찾는다.

대구에서 경산 영남대간, 하양읍.진량읍간 도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량들로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대학이 밀집한 데다 공단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통학.출근전쟁을 해야만 하는 대학도시 경산에 대한 평가를 물어봤다.

"젊은 층이 많아 도시전체가 타 도시들에 비해 젊고 활력이 넘쳐난다.

때로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 예의없는 행동으로 청소년 교육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이대희(41.하양읍 금락리)씨는 평가한다.

경산시청 이성만(49) 기획담당은 "도시의 갑작스런 팽창으로 교통.쓰레기 문제 등 부작용과 문제점도 많지만 도로망과 도시기반 확충을 통해 지역개발을 앞당겼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특히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련, 외지에서 온 대학생과 대구 등지에서의 통학생들을 평균해 학생 1명당 한달에 20만원만 쓴다고 가정할 때 250여억원이라는 돈이 경산에 풀리는 셈이다.

영남대 부근 조영.임당.대동.계양동에 700여동, 진량읍 대구대 주변 150여동을 포함해 경산 대학촌에는 1천500여동의 원룸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값은 비싸지만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된다는 장점 때문에 원룸 선호도가 높다.

식당과 PC방, 호프집.비디오방 등 각종 상가들도 부침을 거듭하며 생겼다 없어지고를 반복한다.

영남대 주변에서 23년째 장사를 하는 이수덕(50)씨는 "대학촌 주변에는 80년대는 당구장, 90년대에는 오락실, 90년대 후반부터는 PC방 등으로 업종 이동이 심하다"고 했다.

낮시간대에는 주로 학교나 그 주변에서 보낸 대학생들이 생기가 돌고 활기를 띠는 것은 강의를 마친 해질 무렵부터다.

취업 등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심사가 복잡하고 어깨는 축 늘어졌지만 희망은 잃지 않으려고 한다.

잠시라도 이같은 걱정을 잊으려고 연신 술잔을 마주친다.

대구대 97학번인 최윤회(27.행정학과)씨는 군대를 제대하고도 복학을 하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이라도 준비하기 위해서다.

요즘 대학생들 중에는 휴학생이 많다.

여학생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낭만도 간데 없고 취업걱정으로 머리만 터지고 있다"고 씁쓰레해 했다.

영남대 96학번 신현식(28.화공과 4년)씨는 "친구들끼리 모여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이라크 파병에 대해 토론도 해보지만 군대 가기 전에 비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보다 취업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밤 10시가 지난 시간에도 경산시 영남대 주변 대동.조영동과 하양읍 대구가톨릭대 주변 식당과 호프집, 노래방에는 여전히 젊은 열기로 가득하다.

고성방가를 하는 무리들, 담배연기 자욱한 PC방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무리들, 어깨를 감싸고 원룸으로 향하는 커플들, 도서관에서 나와 출출한 배를 채우는 학구파들... 대학촌의 학생들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대학가 관할 한 파출소 경관은 "새벽 4, 5시까지도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구역질을 하거나, 시비가 붙어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는 학생 등 문란한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대학촌은 때론 활력이, 때론 침체와 무질서 등 다양한 모습으로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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