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행사 땅장사 분양가 멍든다

대구에서 33평형 기준으로 아파트 신규분양(평당) 가격이 수성구는 50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600만원대를 겨냥하고 있고, 달서구 등 다른 지역에서는 500만원대에 근접하는 등 아파트 신규분양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01년 이후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은 외지 건설업체와 시행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무차별 수주경쟁을 벌이면서 부지값과 시공비를 함께 올려놓았기 때문이다.아파트 분양가격 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땅값이다.

땅을 평당 300만원에 매입해 33평형 아파트를 평당 550만원에 분양한 경우 용적률을 200%로 계산할 때 1평당 땅값은 150만원, 건축비(원가에 대한 이자, 광고비용, 제세공과금 등 포함) 250만원, 기타경비 50만원 등을 제하면 100만원(19%)의 수익금이 발생한다.

33평형 1가구 분양에 3천300만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500가구를 완전분양했다면 165억원의 분양수익이 생긴다.

이 때문에 모 업체는 지난해 수성구에 400가구를 분양, 100억대의 수익을 올렸고, 또 다른 업체는 지난 2001년 수성구에서 100여가구를 분양해 30억원 이상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파트사업 시행사와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사업부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 개 단지만 성공하면 '돈방석'에 올라 앉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IMF 전처럼 건설사가 직접 부지를 매입, 사업에 나서기 보다는 시행사가 땅을 매입한 후 시공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건설사의 보증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땅값 잔금을 빌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일반화된 상태다.

건설사들이 자체사업을 할 경우 부채비율이 느는 것을 우려, 시행사를 내세워 시공수주하는 방식으로 사업이익을 나눠먹는 것이다.

시행사들이 지주들의 요구대로 값을 쳐주면서 경쟁적으로 부지매입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체 부지대금의 20%선(계약금)만 손에 쥐면 사업승인을 받아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형태로 나머지 자금을 확보한 후 소유권 이전과 함께 시공사를 선정, 분양승인을 받아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서구 옛 월배공단 지역에서는 시행사들이 경쟁적으로 사업부지매입에 나서면서 2001년까지만해도 평당 200만원 내외였던 땅값이 최근에는 300만원대로 오른 상태며, 수성구 시지지역의 땅값도 시행사간 매입경쟁으로 300만~350만원선까지 뛰어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외지 건설업체들도 시공단가를 높게 책정하면서 분양가격 인상을 직접적으로 거들고 있다.

시행사들이 땅을 구해놓으면 대형건설사들은 "브랜드를 내세워 비싼 시공비만큼 더 많은 분양금을 받아주겠다"며 접근, 급기야 분양가격을 끌어올리는 것. 실제로 모 시행사가 다음달 달서구에서 33평형 아파트를 평당 450만원에 분양키로 한 가운데 서울의 대형건설업체들이 490만원까지 받아주겠다며 시공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립되고 있는 분양대행사들도 아파트분양가격을 올리는데 한몫하긴 마찬가지. 단지마다 3~5개 업체가 수주경쟁을 펼치면서 시행사나 시공사에게 "내정가격 이상으로도 충분히 분양할 수 있다"며 사업을 제안, 분양가격 인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결국 아파트 분양가격 인상은 시장의 수요공급 논리가 아닌 과다한 수익을 올리기 위한 주택사업 시행사와 시공사, 분양대행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던져주고 있다.

참여정부의 주택정책의 목표가 '서민 주거안정'임을 감안, 당국의 대책마련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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