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피치 강좌를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대학 내 평생교육원,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 사설학원 등의 수강생 절반이상이 여성으로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과거 남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던 때와는 달리 요즘은 마음에 안드는 얼굴부위를 성형하듯 여성들이 어색한 말투, 제스처, 시선 등을 뜯어 고쳐 소극적인 대인관계, 아마추어적인 언어습관을 세련되게 교정하려는 것이다.
지난 2일 저녁 대구시 만촌동 모 스피치학원에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기초과정을 듣고 있는 수강생들. 왁자한 웃음소리와 박수가 연신 터진다.
수강생의 연령층은 20대부터 50대까지 나이 구분이 없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수강생의 대부분은 여성들의 직업은 전업주부에서부터 교사, 보험회사 영업직, 일반회사 관리직, 은행원, 간호사, 대학원생 등으로 다양하다.
"오늘의 스피치 주제는 '자기노출', 2분 스피치 입니다.
지난 주보다 대체로 좋아지셨는데 목소리를 좀 더 자신감 있고 힘있게 내십시오. 환영의 박수는 무조건 환호의 박수입니다". 이 학원 이진학(37)원장의 설명에 이어 같은 반 수강생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한사람씩 단상에 올라간다.
단상 정면에는 비디오가 모니터를 하고 있고 무엇보다 부담스러운 이십여명의 눈이 일제히 쏟아진다.
부드럽던 분위기에 약간의 긴장이 감돈다.
자신있게 말을 이어가려 애쓰지만 얼굴이 표나게 붉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제한에 걸려 말이 잘리는 경우도 있다.
이날 수업의 목표는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기'. 이를 위해서는 선물, 유머, 공손 전략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오픈, 나와 상대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상호 커뮤니케이션에 장애를 없앤다는 것.
33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수많은 제자를 가르쳐온 박모(55)씨는 막상 학생들이 아닌 일반인들을 상대할때면 자신의 많은 생각을 조리있고 질서있게 전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완벽해지려는 성격탓에 대인관계에 점점 소심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면서 "특히 연수회나 강사로 나설때 내가 실수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스피치문화원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모 화장품회사 주임강사인 김순희(37)씨는 6개월전 관리자 직급으로 올라가면서 "이젠 일선 점주를 만나 영업에도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잘 해야한다는 강박감마저 든다"며 "인간관계를 좌우하는 말에도 공식이 있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이유를 밝혔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32)씨는 약간의 대중공포(스피치 공포)가 있는 경우. 김씨는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사람을 대하는데 자신감 결여가 걱정된다며 직장생활을 위해서도 반드시 극복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취미로 배운 요가를 이젠 직업으로 굳히기 위해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다는 권경순(28)씨는 지도자 생활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스피치 과정을 시작하게 됐다며 실력도 중요하지만 말의 표현이 제대로 안되면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진학 원장은 "인간관계에 관한 새 분야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에 필요한 설득, 감정전달, 판단,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도록 적절한 스피치 상황을 인식시켜 줄 수 있다"며 "여성도 지위 향상과 역할이 점차 커지면서 자존의 욕구와 자기계발을 강화하기 위해 특히 관리직 여성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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