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엉클 샘

어릴 적 옆 동네 골목 어귀에서 싸움이 붙었다.

한쪽은 강 건너 동네에서 원정 온 덩치 큰 녀석인데 힘도 무지 세고, 우리 동네가 어려울 때 도움도 준 적이 있는 친구였다.

덩치뿐만 아니라 잘 먹고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해서 그 당시 당할 자가 없었다.

다른 한 쪽은 자기 동네에서 멀리 원정 온 큰 덩치를 맞아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큰 덩치의 이 친구는 감성보다는 명분과 목적을 가지고, 주위 여러 동네에 싸우기 전에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도 했다.

늘 혼자 충분히 싸워 이길 수 있으면서도 우리에게도 불편하게 싸움에 동참하기를 원했다.

우리 동네에도 해결해야 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말이다.

우리 동네의 성향은 강자와 약자가 싸울 때는 늘 약한 자의 편에 서서 눈물을 흘려주는 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도움을 받거나 관계를 맺은 곳은 끝까지 보답해주는 의리의 사람들 이기도 했다.

우리 동네는 고민, 고민 끝에 의리를 지키기로 했다.

그래서 큰 덩치가 싸울 때 옆에 서서 옷이라도 들어주기로 했다.

필자는 작금 일어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지난날 골목어귀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우리를 생각해본다.

우선 이 덩치 큰 친구 (엉클 샘)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들은 지금 한쪽에서는 생사를 넘나들며 전쟁을 수행하고 있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입에 뭔가를 씹으며 메이저 리그 야구를 즐기고 있다.

50 주의 각기 다른 동네들이 합쳐서 이 덩치를 키웠고 감성보다는 냉철하고도 논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된다.

기왕에 어렵고 힘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우리도 정확한 논리를 갖고 최대한의 실리와 명분을 요구하고 낯도 내야겠다.

그들은 곧 우리동네 일에도 도움을 주거나 고의성은 없다 하더라도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필자의 십 수년 가까운 그 동네에서의 삶의 경험은 그들을 이제 조금 이해할 것 같다는 것이고, 그들과의 일에 관한 한 우리들은 더욱 신중해야 하고 세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계명대 FISEP 겸임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