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개전 3주만인 9일(현지시간) 미군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전역을 장악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날자 머리기사로 후세인의 바그다드가 함락됐으며, 많은 바그다드 시민들이 미군을 환호하며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바그다드가 미군에 의해 함락됐으나 시내 일부지역에서는 이라크군의 산발적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바그다드 시민들이 바그다드 중심 피르도스 광장에서 미군 탱크에 의해 넘어진 후세인 동상에 올라가 환호와 춤으로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정권의 붕괴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바그다드 함락을 "베를린 장벽과 철의 장막 붕괴를 연상시킨다"며 승전을 기정사실화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사담 후세인은 히틀러,스탈린, 레닌, 차우세스쿠를 따라 잔인한 독재자가 걸어간 실패의 신전에 자리잡게 됐다"며 "이라크 국민은 이제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잘 딛고 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미영 연합군은 이라크 도시와 마을을 해방시키고 있으며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사담 후세인을 권좌로부터 밀어냈다"며 "오늘은 이라크 국민에게 대단히 좋은 날"이라고 이라크 국민의 "해방"을 강조했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아직도 이라크에는 위험한 사람들이 잔존해 있으며 바그다드와 이라크 전역에는 위험한 지역들이 남아 있다"며 미국은 사담 후세인 세력의 잔당 소탕과 이라크 국민 해방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미군 지휘부는 바그다드 전투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인식하에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티크리트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그다드 시내에는 이날 상당수 시민이 몰려나와 미군을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약탈 행위가 자행되는 등 전쟁의 혼돈상이 그대로 연출됐다.
◇바그다드 함락= 미군은 이날 바그다드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진격해 들어가 시내 전역을 장악했다.
아랍 위성 방송 알자지라는 미군 탱크가 바그다드 전역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와 민병대의 저항은 더 이상 없으며 이날 정오께(현지시간) 바그다드 시내의 모든 전투가 끝났다고 전했다.
이라크전을 지휘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바그다드에 대한 이라크 정권의 지배가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카타르에 있는 중부 사령부의 빈센트 브룩스 준장은 "바그다드가 이라크 정권 지배에서 벗어난 지역 목록에 새로 추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룩스 준장은 후세인 충성파들이 후세인의 고향인 트크리트 등 이라크 북부 지역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은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르는 등 아직 위험 요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해병대는 이라크 군중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후세인 대통령의 대형 동상을 허물어뜨려 후세인 체제의 종식을 알렸다.
미 제1 해병원정군은 전날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남동쪽 5㎞ 떨어진 알-라시드 공항을 접수한 데 이어 이날 디얄라강을 넘어 도심으로 진격, 교도소를 장악하고 이라크군이 설치한 방벽을 제거했다.
또한 미 제5군단 산하 병력들도 바그다드 북부로 포위망을 좁혀들어가 이 지역을 장악했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이라크 및 아랍 민병대 수십명은 이날 오전 전세가 극히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 바그다드 동부의 알-줌후리야 교량에서 미군에 맞서 완강히 저항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무정부 상태.. 환영과 약탈= 이라크 정부가 수도 바그다드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면서 주민들이 대거 약탈을 자행하는 등 시내 전체가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미군이 바그다드 시내 거의 전역에 진주한 이날 바그다드 주민들은 이라크군 병사와 민병대, 그리고 바트당원들이 떠난 군사시설, 정부 청사등에 난입해 책상과 컴퓨터 등 집기를 들어내는 등 무차별적인 약탈을 자행했다고 현지 목격자들이 전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이날 도심을 향해 진격해 들어오는 미군을 향해 "굿, 굿, 부시"라고 외치며 박수를 치면서 환영했다고 취재진은 전했다.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3㎞ 가량 떨어진 하바비야 구역에서는 수백명의 군중이 해병대원들을 태운 7대의 전투차량을 환영하면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거대한 초상화를 찢기도 했다.
바그다드 동쪽에서는 전날 피란길을 떠났던 주민들이 되돌아왔으며, 사담 시티에서는 주민들이 지난 밤 사이 미군이 진입하기에 앞서 사담 페다인 민병대원들을 몰아냈다는 미확인 보도도 나오고 있다.
바그다드 북동부 사담시티에서는 주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진격하는 미군에 환호를 보내면서 환영했지만 한편에서는 상점에 몰려가 문과 창문을 마구 부수고 가구, 식량, 가전제품 등을 들고 나왔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사담시티는 그동안 이라크 집권세력인 수니파에 의해 탄압과 핍박을 받아온 시아파 주민들이 몰려 사는 빈민지역이다. 또 바그다드 중심부의 정부청사와 경찰서, 올림픽위원회 본부 등 관공서도 약탈 대상이 됐다.
특히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떼지어 무역부 청사에 몰려가 에어컨, 냉장고, TV 등을 들어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중 일부는 정부청사에 걸린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초상화를 부숴버리기도 했다.
미군 지휘부는 바그다드 전투가 마무리됨에 따라 후세인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바그다드 북쪽에 위치한 티크리트에는 아직 이라크군이 상당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후세인 대통령이 이 곳을 최후의 항전 장소로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외신종합=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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