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출입을 못하는 장애인들이 '사람이 보고 싶다'고 할 때는 가슴이 저립니다".
대구 동구 허병원 박언휘(41) 내과원장은 장애인들에게 '천사표 여의사'이다.
경산대 교수직까지 겸해 더 바쁜데도 장애인과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하는 진찰.처방.상담 봉사를 8년째 이어오고 있는 것.
"의대를 선택한 것도 슈바이처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였지요". 1996년 대구 산격동의 한 작은 교회에서 무료 진료를 시작했던 박 원장은 2년 뒤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의료봉사단에 합류하면서 활동을 더 강화했다.
지금은 봉사단 단장을 맡아 영광교회, 경북 불교대학, 느티나무배움터 등에서 정기적으로 진료한다.
그가 하루 동안 돌보는 환자만도 70~80명.
박 원장이 특히 애착을 가지는 일은 매주 토요일 오후 홀로된 장애인 가정을 찾아 진찰하고 처방하는 것이다.
네댓집씩 돌다보면 오후가 금방 간다.
그럴 때마다 박 원장은 영양제를 사 들고 간다.
먹는 것이 부실하다 보니 장애인들이 영양제를 가장 반긴다는 것. 그렇게 들어 가는 약값만도 한 달에 200여만원이나 된다고 했다.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한 평 남짓한 방 안에다 요강까지 갖다 놓고 살고 있었어요.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니 등에는 욕창이 나고 방 안에는 살 썩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이불은 고름 천지고… 도심 한 복판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정말 참담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칠성동의 한 홀몸 장애인 집을 찾았을 때 만났던 풍경을 박 원장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돌봐주는 이 없는 장애인은 비용이 싼 거처만 찾다보니 생활 환경이 끔찍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처음 그가 봉사를 한다고 나섰을 때 "꿈 속에 사는 사람"이라고 핀잔을 주거나 오해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자신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는 그곳이 바로 자신이 가야 할 곳임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하고 때로 의사 표현도 서툴게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저처럼 아픈 몸을 치료해 주는 의사도 필요하지만, 비장애인들이 편견을 버리고 그들의 마음을 치료해 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는 것이 못잖게 중요합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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