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람개비-봉사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

얼마전 대구시내 모 새마을부녀회의 활동상을 취재했다.

대구시내 구·군 부녀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은 기자에게 자신들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순수성은 도외시하고 그저 관변단체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떠올린다는 것이다.

대신 각종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는 단체들만 주목하는 사회 풍토가 묵묵히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힘을 빠지게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자신들은 평범한 주부로서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사용해야할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불우이웃을 돕는데 앞장서고 도로변에 꽃을 심어 도시미관을 아름답게 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자신들의 일이 너무 작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하소연은 지역사회나 언론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크게 클로즈업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이웃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한 사람들인 만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기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편견과 몰이해,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모르는 균형감각을 상실한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작은 항변일 뿐이었다.

이들처럼 우리 사회에는 아무 보수나 대가없이 남을 위해 땀 흘려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월18일 지하철참사 발생 이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구시민회관에는 적십자사 봉사회 대구지사를 비롯 많은 사회단체와 기업체의 봉사동아리들이 두 달이 다되어 가는 지금까지 무료급식 등 각종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모두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찬바람을 맞아가며 유가족들과 관계자들을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노고에 대한 보람을 아주 작은데서 찾는다.

따뜻한 정이 담긴 "고맙다"는 말 한마디와 "수고한다"는 간단한 인사만으로도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한다.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선입견이나 얄팍한 지식에 근거한 섣부른 판단으로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조차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과거 관변단체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백안시하는 것은 국외자의 오만일 뿐이다.

혹시나 봉사활동에 나선 사람들을 시간이 남는 사람으로 폄훼하면서 비아냥거렸던 적은 없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교육계는 한 초등학교 교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심각한 파문이 일고 있다.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 심부름시키고 전교조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전교조의 사과요구를 받아오던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도 상대방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에서 비롯된 불행이 아닐까.

편향된 시각과 자기중심적 생각은 사회에 득보다 실을, 남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정상호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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