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규의 한방이야기-이상적 치료법

한의학에서는 예부터 병 치료를 전쟁에 비유해 사기(邪氣)를 적으로 간주, 제거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상적인 병 치료는 정기(正氣)를 도와야 함을 강조했다.

서양의학에서 암 치료는 수술로 암조직 제거, 암조직에 제공되는 영양분 차단, 암세포에만 치명적인 약물 투여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암을 적으로 간주하고 죽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런 방법은 효과적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서 내부 반란군을 처단하려다 선량한 시민을 다치는 폐해를 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일반세포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 암세포를 죽이려다가 멀쩡한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리는 부작용을 들 수 있다.

성장속도가 빠른 머리카락을 암세포로 오인해 죽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자연치유 학자인 하버드 의대 출신 앤드류 와일은 "서양의학은 몸을 살리려 하기보다 병을 죽이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의학에서는 병이 생기는 대부분의 원인을 '정기허 사기실(正氣虛 邪氣實)'로 보고 있지만 특히 정기의 부족함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임을 강조했다.

또 병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활습관에 관련된 모든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인식했다.

동시에 외부의 사기(邪氣)가 아무리 지나쳐도 자신의 정기(正氣)가 있으면 병을 이겨낼 수 있다고 보았다.

와일 박사가 말하는 자연치유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나온 치유력'은 '외적인 강요나 자극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자연히 발생하는' 의미이며 동시에 '내재하는 힘에 의해서 생겨난다'는 의미가 있다.

그는 '치유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온다'고 강조하면서 최고의 의학, 이상적인 의학은 바로 이 치유의 메커니즘을 도와 그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강조했다.

한의학적 치료법과 맥이 통한다.

한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이 환자의 잘못된 생활습관에 있다고 판단되면, 감정변화를 조절해주고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또 정기(正氣)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침과 약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암을 죽이는 독한 약을 쓰지 않으면서도 열이 많았으면 열을 치고 몸이 차가우면 따뜻하게 해 암과 더불어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원칙은 암뿐만 아니라 모든 병에 적용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체득된 것이다.

질병만 죽이려 하지 말고 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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