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급식 다 끝나면 손주 몫 챙기려 버스타고 오지

장 부장의 급식소 바깥에서는 등이 휘고 키가 자그마한 한 할머니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고봉으로 밥을 받는 다른 사람과 달리 밥을 조금만 받아 먹었던 할머니였다.

"집에 중3짜리 손자가 있어요. 아이 밥을 챙겨 가려 기다리는 중이지요. 그러니 나까지 많이 먹어서야 염치가 없지요". 장기순(80.신암동) 할머니는 급식이 거의 마무리되자 남은 밥을 받아 배낭을 차곡차곡 꾸렸다.

오늘은 음료수 3개, 먹지 않고 남긴 빵 2봉지가 덤으로 덧보태졌다.

"큰 아들네가 부도 나 내가 손자를 봐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버는 작은 아들이 있다고 정부가 지원해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손자와 둘이 따로 산다는 할머니가 이날 급식소에서 챙긴 것은 2, 3일치 먹을거리. 매일 같이 지하철을 타고 오곤 했으나 참사 이후 반월당네거리까지 다니지 않게 돼 지금은 이틀이나 사흘에 한번씩 오느라 며칠분을 챙겨 간다고 했다.

버스 요금이 부담스러워 자주 올 수 없다는 것.

"발목까지 다쳐 그 동안 대엿새를 못왔어요. 여기 아니면 우리 조손이 배를 곯을 수밖에 없습니다.

급식소가 우리 두 목숨을 먹여 살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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