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뉴타운-2)지산·범물

대구의 동남부 대덕산 줄기 끝자락에 위치한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구인 지산·범물지역은 전국 최고의 학원시설을 자랑하고 중상류층이 많이 사는 대구의 대표적인 부촌 지역으로 현재 43만7천여평에 10만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교통불편·환경오염·계층간 위화감 등에서 오는 주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어떻게 형성됐나?= 지산·범물지역은 1989년부터 본격적인 택지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만해도 인구 1만여명에 5천여 가구에 불과한 농촌이었지만 지금은 대구를 대표하는 거대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1991년 보성맨션, 청구맨션, 청산맨션, 주공 지산3·4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지산지구에 3만 가까운 인구가 유입됐고 이듬해 신화맨션, 청구타운, 보성타운, 에덴맨션, 청아타운 등이 들어서면서 범물지구에 2만8천여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1999년 범물현대청림타운을 끝으로 범물지역의 개발이 사실상 마무리됐고 2001년 위너스 타운이 들어서면서 지산지역도 개발이 마감됐다.

앞으로 민자유치 개발사업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중인 범물~파동간 4차 순환도로, 두산오거리~청호로간 도로와 범물지구~상인지구간 도로건설이 완료되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원·땅값 '최고'= 용지봉·수성못·월드컵 경기장과 인접해 있고 대구경찰청·대구환경관리청·대구시차량등록사업소 등 공공기관이 있다.

의료기관 92개와 공원 21개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최근 북구지역에서 수성구로 이사했다는 이종호(34·지산동)씨는 "학군·자족기능·주거환경 3박자를 두루 갖췄기 때문에 타구의 어떤 신개발지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신둥지부동산 김태한 대표는 "수성학군에 속해 있고 은행·백화점·상가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주변이 산이라 주거 환경도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아파트 매매가격도 수성동 코오롱단지·시지동과 함께 대구 '빅3'에 들어간다.

32평형은 1억3천만~1억4천만원, 25평형은 9천만~1억원 선에서 거래된다.

하지만 이라크전쟁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거래가 뜸해지고 가격도 하향 조정을 받고 있다.

지산·범물지역이 갖고 있는 최고의 강점은 역시 학군과 학원시설. 특히 목련시장 주변의 학원가는 수성구에서도 단연 최고를 자랑한다.

입시학원만 134개로 수성구 전체 학원수(181개)의 70%를 차지한다.

방학 때면 유명 강사들의 강좌는 한달 전에 수강신청이 끝난다.

한 입시학원장은 "현재 학원수강생의 30% 이상이 대구의 다른 구에서 온 학생들이고 청도·구미·밀양·예천 등 경북지역 학생도 10%를 웃돈다"며 "지방학생중에는 학원 근처에 방까지 구해 놓고 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이희갑 장학사는 "지산·범물 일대의 아파트는 의사·교수·법조인과 정치인이 많은데 이들은 입시정보를 빨리 얻어 입시전형이 바뀌더라도 신속히 대응한다"며 "학원들도 유능한 강사를 영입하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질적 경쟁을 하다보니 입소문이 퍼져 이곳이 학원1번가로 부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비수준이 높은 중산층이 많은 관계로 동아백화점 수성점을 중심으로 상가·카페·술집·헬스클럽 등 상권이 형성됐다.

개발초기인 1990년에 20여개에 불과하던 대중음식점·과자점·다방·카페 등의 수가 2002년에는 1천400여개로 급증했다.

◇교통난·대기오염·주민간 위화감= 지산·범물지역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교통난이다.

범안로와 청호로가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도심으로 가는 길목인 두산오거리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습적인 정체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심가에 위치한 동아백화점 수성점과 목련시장 부근은 상습정체구역으로 불법 주·정차까지 가세, 교통흐름을 더디게 하고 있다.

편도 1차로의 목련시장 네거리·범물서편 네거리 등에는 교통신호등조차 없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김문수 수성구청 교통시설계 도로교통담당은 "범물·지산지구를 통과하지 않는 우회도로 건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문수 수성구청 교통지도계장은 "불법 주·정차를 단속해 달라는 주민 항의가 빗발치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워낙 많아 단속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도심 못지 않은 대기 오염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 2002년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한 지산·범물지구의 공기 오염도를 보면 오존함유량은 0.022┸으로 도심평균(0.018)보다 더 높았다.

미세먼지 또한 대구도심 평균 71㎎/㎥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70㎎/㎥였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지형 특성상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택지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오염이 타 지역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차장은 "특별한 공단지역이 없는데도 대기오염이 심한 이유는 자가용 운전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대중교통을 늘리고 차량 10부제를 실시하는 등 자동차 대기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큰 규모의 재래시장이 단 한 곳 뿐이고 영화관·공공도서관 등 문화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지난 1996년 동아백화점 수성점이 생기면서 시장·영화관 기능을 일부 담당하고 있지만 주민들을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고급 아파트단지와 영세민 아파트단지가 공존하고 있어 주민들 사이의 위화감도 해결 과제다.

ㅇ아파트·ㅂ단지 등 7개 아파트 단지(7천여 가구)가 영세민 아파트. 오상동 범물초등학교 교감은 "부자 학부모와 가난한 학부모 사이에 보이지 않는 반목이 자녀들에까지 전염되고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해동 대구시 수성구의회 의장은 "저소득층을 위한 각종 복지정책을 마련해 주민간 소득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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