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위적 귀족.황제 골려주기

프랑스 중세문학을 읽으면 책 속에 해학과 조롱, 야유가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라블레나 몰리에르, 플로베르, 모파상의 작품도 그러했음을 볼때 프랑스인의 기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세부터 면연하게 내려오는 기질적 전통은 현대 프랑스인의 존재에 대한 단면을 보여주고 프랑스 문학의 중추적 특징을 나타낸다는 게 편역자 이형식(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씨의 설명.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다.

권위적인 사제나 귀족을 골려주고, 황제를 골탕먹이는 장면에서는 그 과정이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아슬아슬하지만 끝내는 통쾌하고 후련한 장면을 연출한다.

'프랑스중세 고전 문학선(궁리 펴냄)'은 이처럼 핍박받는 민초들의 허기증을 달래주던 친근한 옛날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들이다.

마치 '양반전' '금오신화' '홍길동전' 같은 우리 풍자문학의 프랑스 버전을 보는 것 같다.

그런 배경탓에 작자도 분명치 않고 민간에 구전돼 흘러다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여우 르나르의 언어와 행실을 빌려 12세기 유럽인들의 생활을 꼬집고 그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여우이야기', 삶과 죽음보다도 강한 두 남녀의 사랑 노래를 담은 '트리스탄과 이즈', 이름모를 중세 시인들이 쓴 기사들과 요정들 간의 질퍽한 사랑이야기를 모아놓은 '중세의 연가', 중세 기층민들의 순박하고 기지 넘치는 질박한 이야기로 가득찬 '중세시인들의 객담' 등 4권이 나와 있다.

그 시대 생활상을 반영하는 듯한 노골적인 성 묘사와 적나라한 표현 방식도 눈요깃거리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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