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비가 내리기를 바라듯이 이제 세월만 흐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라는 생각뿐입니다".
17년째 포항 송라에서 양식장을 운영중인 청양수산 허양(51)씨는 이제 양식장을 쳐다보기도 싫은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입장에 처해있다.
종업원 5명과 1천평(넙치 12만 마리)의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5천만원을 손해본 허씨. 넙치 50t을 출하해 4억여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사료비, 임금 등으로 지출한 비용이 오히려 4억5천만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앉아서 5천만원을 날려버렸다.
"때려 치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그만 둘 경우 그동안 진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해 하는 수없이 다시 양어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허씨처럼 적자에 허덕이는 양식업자들이 폐업을 하려고 해도 영어자금이라는 사슬에 묶여 함부로 포기도 못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폐업을 하게 될 경우 수협에서 빌린 영어자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빚상환 여력이 없는 어민들은 폐업도 마음대로 못하는 처지다.
허씨도 수협에서 빌린 영어자금 등 각종 부채 5억원을 떠안고 있다.
허씨는 "올망졸망한 치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자식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흐뭇하지만 비싼 사료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울 때는 굶겨서 폐사시켜버릴까 하는 모진 생각도 해보았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사료값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kg당 370원에서 410원으로 올랐는데 비해 출어가는 kg당 1만5천원에서 1만1천원으로 폭락해 사료투여가 곧바로 손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울진~감포까지 관할하는 경북어류양식수협의 양어장은 모두 130여곳(넙치 5천t, 우럭 1천500t)이었으나 올들어 벌써 20여곳이 폐업하거나 전업하는 등 양식어민들이 고사위기에 놓였다.
이처럼 양식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가 하락과 사료비 급증에다 활어수입량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활어수입이 1999년 5천700여t이던 것이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는 1만7천800여t으로 3배 이상 급증하면서 국내 양식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허씨는 "정부가 한일어업협정후 기르는 어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양식업을 권장해놓고 이제와서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양식어가 부채 경감이나 수입규제, 사료값 보조 등의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경북어류양식수협 회원들을 비롯한 전국의 양식어민들은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오는 18일 해양수산부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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