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산지원 중단...길 잃은 '새주소 부여 사업'

정부 주도로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추진된 '새 주소 부여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예산지원을 중단하면서 연내 사업 완료라는 당초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998년 말 현행 토지지번에 의한 주소체계를 도로명과 건물번호에 따른 주소체계로 변환하는 '새 주소 부여 사업'을 입안, 1999년부터 대구시 8개 구.군 및 경북도내 2개 시 등 전국 145개 자치단체에서 사업에 들어가 올 연말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가 지난 2000년 이 사업 추진을 전액 지방비로 해야 한다며 중앙정부 예산지원을 사실상 끊어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시내 대부분 지역에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수성구는 사업초기 새 주소사업 시범구로 선정돼 소요비용 5억여원을 국비로 지원받았다.

대구 북구청 장세환 지적과장은 "도로마다 이름을 정해 도로 입구마다 도로 이름판을 붙여야 하지만 명판 제작 및 부착비용 2억9천700여만원이 없다"며 "국비지원이 끊긴 이후 2001년과 2002년은 대구시에서 돈을 받아 사업을 계속해 왔으나 올 해는 시비도 못받아 사업 마무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구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구청마다 3억원 가량이 필요하지만 열악한 자치단체 재정상황때문에 예산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

서구청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사업에 구비를 투입하기가 어렵다"며 "국비지원은 끊기고 구 자체 재원은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대구시 이성진 지적계장은 "당초 사업 초기단계에서는 국비를 50% 이상 지원해준다는 정부 방침이 나왔으나 최근 들어 이같은 방침이 바뀌었다"며 "사업 마무리가 최소 1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도로명 및 건물번호 부여 사업단 고영진 사무관은 "행자부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감안해 특별교부세를 지자체에 지원하고 있지만 충분한 지원액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 새 주소 부여사업이란?

일제시대 토지지번 중심 주소를 미국.유럽 등 서구 선진국 형태인 도로 중심 주소로 바꾸는 것으로, 예컨대 침산3동 447-16번지인 대구 북구청은 '옥산로 85'란 새 주소를 부여받는다.

원대오거리에서 남침산네거리를 '옥산로'로 이름 붙인 뒤 옥산로변 좌측 건물엔 홀수번호, 우측건물엔 짝수번호를 붙여 도로만 알면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 새 주소체계가 도입되면 물류비용 감소는 물론, 화재대응, 치안 등에서 대응이 훨씬 빨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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