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로 쓴 서예?

요즘들어 서예만큼 크게 요동치는 예술분야도 드물 것이다.

기법과 소재, 대중성 등에서 전통과 현대의 접점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예가 일사 석용진(46)에게서 그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의 특징은 끝없는 실험정신이다.

서예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거나 그림 같은 글씨를 쓰고, 다양한 재료에 글과 그림을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그가 장래 한국서단을 이끌 대표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저의 작업은 먹과 붓을 중심에 두는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시대의 흐름을 작품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죠".

이번에 손댄 작업은 전각(篆刻)이다.

그는 흔히 예술적인 도장을 파는 것 쯤으로 인식되는 전각작업의 형식과 폭을 크게 넓혀 놓았다.

생각 나는 대로 돌, 기와, 나무에 칼질을 한 후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 글을 쓴 뒤 칼질을 하는 서각(書刻)과는 다르다.

이달초 서울 물파아트센터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평론가들로부터 "전각도, 서각도 아닌 새로운 조형세계"라는 호평을 받았다.

테라코타에 정밀한 초상화를 새기거나, 돌이나 기와에 글과 그림을 새긴 작품이다.

붓 대신 칼로 쓴 서예라고 할까. 열세번째 개인전이다.

17일까지 원미갤러리 053)423-7672.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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