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원 시설재 제조업체 경영 서용철씨

서용철(49.읍내동)씨는 요즘 네번째 직업을 경험하고 있다.

주유소 종업원, 화물운송 사원, 건설사 직원을 거쳐 2001년 가을부터 체육 기자재 및 공원시설재 제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것.

하지만 네번째 직업에서는 업체 내에서의 '위치'가 그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봉급을 받던 입장에서 챙겨 주는 것으로 바뀐 것. 칠곡 가산면 송학리 (주)대진레저산업이 월급쟁이에서 사장으로 변신한 서씨의 일터이다.

여기서는 체육 기자재와 시설물, 놀이터용 장비와 구조물, 전동식 농구대 등을 생산한다.

창업 초기 월 1천만원에 불과하던 공장 매출이 지금은 월 3천500여만원으로 늘었다.

창업 초기엔 행정기관이 발주하는 관급 공사 납품을 주로 했다.

첫 수주는 칠곡 북삼면의 한 체육시설. 1천만원짜리 공사였다.

최근에도 의성의 2천만원 짜리 공사를 따내는 등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달엔 65평 크기의 공장 건물이 좁아 265평 짜리로 옮겼다.

종전 규모로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한 때문이다.

창업 초기 공장 식구들은 서씨와 종업원 3명이 전부였지만 그 사이 종업원은 7명으로 늘었다.

이윤이 많다는 점이 공장 성장을 도왔다.

수주 금액의 약 30% 정도가 이윤으로 들어온다는 것. 서씨 스스로도 이제 구멍 가게 수준을 완전히 벗어 나 제법 '공장 티'가 난다며 웃었다.

창업에는 모두 1억원이 들었다.

공장 임대 보증금으로 3천만원, 기계장비 구입에 7천만원이 들어갔다.

평생 월급으로만 살아온 탓에 서씨에겐 돈이 없었다.

때문에 창업 자금은 대부분 빚으로 충당했다.

중소기업청 창업지원자금 2천500만원 등 8천여만원이 차입금. 서씨가 직접 부담한 투자액은 2천여만원에 불과했다.

"애들이 대학에 다니기 때문에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냥 월급이나 받고 살까 생각도 했지요. 그러나 더 늦기 전에 내 사업을 한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엔 잠이 안 올 정도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창업 아이템 선정 때는 동서가 도움을 줬다.

건설업을 하는 동서는 공원 조성이나 레저산업 쪽의 전망이 밝다는 '코치'를 해 줬다.

주5일 근무가 확산되면 레저 수요가 늘게 되고 당연히 이 분야 사업은 날개를 달 것이라는 말이었다.

현재까지 서씨의 공장은 큰 풍랑 없이 순항 중이다.

가장 큰 고민은 일손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 "공원시설 기자재의 경우 만드는 것도 저희가 하지만 설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원 특성상 산 중턱이나 심지어 꼭대기에 있는 경우도 많지만 그곳까지 기자재들을 저희가 옮겨 가야 합니다.

직원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우리나라 제조업체 사장님들의 공통된 고민이긴 하지만 제게도 일손 구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 입니다". 때문에 웬만한 일은 서씨가 직접 한다고 했다.

제조 공정은 물론 운반작업까지. 서씨의 거친 손은 쉴 새가 없다.

봉급쟁이 때 없었던 고민이 서씨에게는 또 있다.

바로 자금 문제. 자재는 현금으로 들여와야 하지만 공사 대금은 어음으로 받아야 할 때가 많아 힘들다고 했다.

"봉급쟁이 생활 할 때하고 지금하고 제가 집에 가져다 주는 돈에는 별 차가 없어요. 요즘 한 300만원 가져다 주는지 정확히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회사의 자금 운용을 생각해야 하니까 제 봉급 챙기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씨는 기분이 다르다고 했다.

걱정을 하면서도 기분은 좋다는 것. 그는 '내 사업'의 묘미라고 했다.

"공장을 차리고 처음 수주한 칠곡의 체육공원 공사 때는 겨울이라 눈이 정말 많이 왔습니다.

눈을 헤집고 산꼭대기까지 시설물을 나를 때 무지 힘들었지만 저는 오히려 신이 났습니다.

내가 봉급 받으며 그 일을 했다면 생각이 달랐을 겁니다". 서씨는 요즘 흰머리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 때마다 '내게 고민이 많구나' 느낀다는 것.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좋은 제품의 기본은 내구성과 디자인입니다.

저희 제품이 내구성 수준에서는 어느 정도 올라 왔지만 디자인이 아직 뒤져요. 앞으로는 디자이너도 채용해 제품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리려 합니다".

서씨는 출장이 잦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영업력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 서씨의 경영 신조. 기회만 있으면 대구시내 곳곳을 누비며 판로 개척에 나선다.

"대형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 시설이나 대규모 토지구획 정리 지구 놀이시설 건설에 참여하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아주 큰 공사거든요. 작은 업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이 오십에 새로운 도전을 하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씨는 지난 달 이사한 공장도 곧 '좁아 터질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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