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봉사 명령제'

영남대 장학생들은 환경미화원이다.

대학측이 장학금 수혜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봉사활동을 하도록 권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1회정도 강의실 등 건물 안팎을 청소한다는데, 학교가 깨끗해지니 강의실 분위기 달라져서 좋고, 장학생들도 떳떳해서 기분이 좋다고 한다.

청소란 벌받는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 상받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그건 참 기분좋은 작업이 될 것이다.

학교와 학생이 더 즐거우려면 '작업'의 종류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도 방법일 터이다.

그리고 그 작업이 꼭 노동일 필요는 없다.

▲커뮤니티 서비스 오더(Community Service Order)라고 불리는 법원의 '사회봉사명령제'에 의해 강제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직업이나 특기 또는 성격에 맞춰서 할 수 있다면 그 '강제'를 즐거움으로 바꿀 수도 있다.

실제로, 교통사고를 내고 일정시간 봉사명령을 받은 한 전기기술자는 자기동네 '홀로노인'가정의 낡은 형광등 전기시설을 바꿔주는 작업이 이젠 즐거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수구도 뚫어주고, 태권도도 가르쳐 주고, 도시락 배달도 해주고 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이웃과 공생(共生)의 길을 깨우치게 된다면 이 제도의 효과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일 터이다.

▲사회봉사명령제란 30년전 영국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처벌위주의 형사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해에 구속되는 사람은 약 14만명. 이중 30~33%가 실형에 처해지고 7만여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데, 이 집유 대상자의 60% 정도에서 '사회봉사명령'이 함께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좋은 취지의 제도가 말썽이 생겼다는 거다.

아랫도리를 잘못 간수한 탤런트 이경영씨나 해외도박 혐의의 모 일간지 장재국 전 회장의 강제봉사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건지, 전 경기도지사 부인 주혜란씨나 이경실씨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손광기씨는 또 어물쩍 때우기·눈감고 봐주기 식으로 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명인사들에 대한 특혜가 넘쳐나다보니 오만가지가 궁금해지지만 그보다 정작 우려의 초점은 봉사명령의 혜택을 받은 일반 범법자들이 이 명령을 우습게 알고, 그들의 3분의 1이 집행불응 또는 봉사태도 불량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현실이다.

▲봉사명령의 방법이 꼭 노동이나 천편일률적인 종류여야 하는가, 그들의 인격까지 고려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없는가에 대한 아쉬움도 크지만, 전국에 100명도 채 안되는 보호관찰소 직원을 갖고 그저 제도(制度)좋다고 1년에 4만명이 넘게 봉사명령을 내린 당국의 푸짐한 인심(人心)에 더욱 놀라는 것이다.

마치 1년내내 '법경시 강조기간' 같아서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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