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없는 아이들까지 집단 패싸움

인접해 있는 대구시내 ㅂ.ㅎ 등 두 초등학교 학생들이 '집단 패싸움'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초등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싸움의 발단은 같은 학원에 다니던 두 초교생들 사이에 지난 8일 시비가 벌어졌고 시비 중 "내일 한 판 붙자"는 말이 곧바로 교내로 퍼지면서 비롯됐다.

그 '내일'은 수요일이어서 초교들이 오전 수업만 하는 날. 두 초교 어린이 사이에서는 평소에도 알력이 있었다고 했다.

다음날인 9일 수업이 끝난 낮 12시30분쯤 두 초교 사이 중간쯤 되는 길에서 ㅂ초교생 50여명과 ㅎ초교생 20여명이 대치했다.

여학생까지 포함된 70여명은 주택가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처럼 각 한명씩 나와 맞붙었다.

주먹다짐까지는 안갔지만 서로 밀치는 몸싸움이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나머지 아이들은 응원에 나섰다.

김모(6년)군은 "ㅎ초교 아이들이 잘난 척하며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했고 박모(6년)군은 "ㅂ초교생들이 평소에도 괜히 시비를 걸곤 한다"고 했다.

임모(34)씨는 "시비가 붙은 학생을 중심으로 응원하는 학생, 구경하는 학생 등으로 분위기가 격앙돼 말려도 듣지 않았다"며 "그 다음날엔 해당 초교를 졸업한 중학생들까지 현장을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를 목격한 한 주민의 신고로 끝내 경찰까지 출동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경찰관을 피해 골목으로 달아나면서도 싸움을 계속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초교생 4명을 파출소로 데려왔다가 교사에게 연락해 되돌려 보냈다는 한 경찰관도 "학생들 수가 워낙 많아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한 초교생이 목 주위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했으며, 박모(5년)군은 "상대방은 각목까지 준비했었다"고 전했다.

이 일과 관련해 학부모 김모(34.여)씨는 "두 초교생들이 함께 진학하는 인근 중학교에서도 출신 초교에 따라 패거리가 진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린 마음에 서로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학부모 이모(36.여)씨는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두 초교 모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는 이모(48.여)씨는 "ㅎ초교생들은 학교 수업 외에도 배우는 것이 많아 소질이 다양하고 순한 편인 반면 ㅂ초교생들은 응집력이 강하고 기질이 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초등학교장은 "TV드라마의 폭력 행위를 모방한 것"이라며 "기성세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폭력을 미화하는 TV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5천400여개의 관련 카페가 검색될 정도로 폭력이 난무한 한 드라마가 젊은층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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