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결혼의 덫 부서진 코리안 드림

'한국판 신노예 제도인 국제결혼'. MBC PD 수첩은 15일 '국제결혼의 덫에 걸린 여성들'편(밤 11시)을 통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뒤 고통 받고 있는 동남아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고발한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달아나다 베란다에서 추락사한 필리핀 여성 '따따'. 9남매의 장녀로 병든 아버지의 약값과 가족들의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했던 따따는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을 참다가 봉변을 당했다.

따따와 같이 국제결혼을 선택한 많은 외국인 배우자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2년 간의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면 국적을 취득 할 수 없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 노출되어 있다.

이를 피해 집을 나온 외국인 배우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 2년 간 동거하고 난 후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만 국적취득시험을 치를 수 있는 현재 국적법의 한계는 그들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적취득을 미끼로 배우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필리핀 여성 미르나(25)와 자니스(22)는 지난해 9월 한 국제 결혼업체를 통해 전남 신안군에 있는 섬으로 시집을 갔다.

하지만 이들은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둘 다 결혼한 지 두 달만에 필리핀 대사관으로 탈출해 올해 2월 본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너무 부끄러워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둘은 마닐라 빈민가에서 살며 직업을 구해 보려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게다가 마르나는 현재 임신 8개월로 지금 상황으로는 아이출산을 위한 병원비조차 마련할 수 없는 처지다.

예전에 대만과 일본인이 주축이었던 베트남의 결혼시장에 이제는 한국인들까지 가세해 호치민에서는 매일 수십 쌍이 국제결혼을 통해 커플로 탄생하고 있다.

결혼 중매업 자체가 불법인데다 최근엔 베트남 당국의 감시가 심해 맞선 과정은 물론, 결혼식까지도 철저하게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남자 한 명의 맞선 상대로 나오는 베트남 여성의 수는 무려 150여명으로 남녀가 맞선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0∼40분밖에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베트남 여성들의 인권문제. 주로 베트남의 시골마을에서 불법브로커가 모집한 500여명의 베트남 여성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맞선을 보기 위해 호치민의 맞선시장에서 상품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들은 남편을 선택할 권한도 맞선을 거부할 권한도 없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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