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드사용 남발...20대 신용불량자 급증

경제활동의 주축이 돼야 할 20대들이 신용불량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신용불량자 300만명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신용불량자가 되는 20대들이 다른 연령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신용불량자 283만8천324명 중 20대가 54만3천891명으로 19.2%를 차지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5명 중 1명이 20대인 셈.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대 신용불량자 증가 폭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20대 신용불량자는 1월 51만7천636명에서 2월엔 54만3천891명으로 한달 새 2만6천255명(5.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세 미만 신용불량자가 10.98% 감소하고 30.40대가 각각 4.0%, 2.75%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 신용불량자가 전월에 비해 6.22% 증가, 이들의 소비행태에 매우 문제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 신용회복지원신청을 내는 20대들도 급증, 3월 말 기준 전체 신청자 4천288명 중 20대가 1천489명으로 34.7%에 이르고 있다. 신청이 받아들여져 채무조정안이 확정된 1천57명 가운데서도 20대가 325명으로 전체의 30.7%를 점유하는 등 '경제 아웃사이더'로 전락하는 20대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20대들이 신용불량자란 '낙인'이 찍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본인들의 과소비에 따른 카드사용 남발 때문. 이모(28)씨 경우 몇백만원을 카드로 빌렸다 빚이 조금씩 늘자 새 카드를 만들어 이전 카드의 빚을 막고 또 빚이 늘자 다시 새 카드를 만들어 카드 빚을 막는 속칭 '돌려막기'를 하던 끝에 1억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 김승덕 홍보팀장은 "20대 신용불량자 중 상당수가 처음에 카드로 200~300만원을 빌렸다 돈을 갚지 못하자 다시 다른 카드를 만들어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수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는 경우"라며 "최근 카드 신규발급을 억제하고, 현금서비스 한도를 축소하는 바람에 20대 신용불량자가 더욱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20대 신용불량자 중 신용카드사에서 관리하는 신용불량자가 34만7천584명으로 전체의 63.9%를 차지, 20대들이 무분별한 카드 사용으로 신용불량의 굴레를 쓰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2002년 20대의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을 세금 등을 공제한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것)은 75.5%로 전체 평균 73.6%보다 1.9%포인트 높았다"며 "20대 실업률을 낮추고 신용불량자에 대한 경제적 소생 기회 확대 등 구조적 대책과 함께 20대들 스스로도 소득과 신용도에 맞는 소비생활을 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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