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사랑나눔

"시간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두려워서", "아무도 내게 권유하지 않아서", "헌혈했다가 몸이 약해지면 어쩌나…". 주위 동료나 친구들, 또 우리 스스로 한 번쯤은 주저하며 해보았음직한 핑계이다.

혈액은 신체의 일부로 유한한 자원의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혈액사업은 국가가 수행하는 광범위한 국가보건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혈액사업은 비영리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각국의 적십자사가 혈액사업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81년 정부로부터 혈액사업을 위탁받은 이래 범국민 '사랑의 헌혈운동'을 전개하여 작년 한해의 경우 252만1천285명(국민헌혈률 5.3%)이 헌혈에 참여하여 양적인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환자 수혈용 혈액은 국내 헌혈로 충당하고 있으나 의약품 원료인 혈장은 국내 헌혈로 자급하지 못해 필요량의 3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국내 말라리아 확산으로 헌혈자가 감소하고, 유럽의 광우병 파동 등으로 유럽으로부터 수입이 차단된 국제혈장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료 혈장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알부민·글로블린·파상풍 예방약 등 필수 혈액제제 의약품의 생산 부족 사태로 이어지고 결국 환자치료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혈장 수입에 따른 외화유출, 수입 대상국의 풍토병·에이즈 등 전염병이 혈액을 매개로 유입될 가능성과 혈액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또한 단일민족의 긍지를 지닌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는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개별 헌혈보다는 학생, 군인 등 단체헌혈이 많다.

그렇다 보니 종종 문제가 생기게 된다.

대체로 봄·가을에는 헌혈량이 늘어나지만 방학이 있는 여름·겨울에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반면 환자들은 방학이나 휴가를 이용해 수술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여름과 겨울철에 늘어나지만 혈액은 오히려 모자라는 등 수급의 불균형 현상을 보이기 일쑤이다.

거리에서 헌혈을 격려하는 글들은 하나같이 따스한 인간애를 생각하게 한다.

'현혈!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이름입니다', '현혈… 작은 용기, 큰 사랑', '헌혈! 의학이 할 수 없는 일, 사랑이 할 수 있는 일'….

피는 곧 생명이다.

자기 생명의 일부를 남과 나누는 행위야 말로 고귀한 나눔의 실천 아닐까. 그것은 또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숙과 사회공동체에 대한 책임, 겨레사랑의 또다른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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