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에다 출강, 레슨 등등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들이 때로는 지겹고 남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며칠 전부터 쌓인 스트레스가 나의 어깨를 짓누르고 뒷골을 때리고 있었던가 보다.
드디어 오후부터 심한 편두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연습실 책상에 잠시 머리를 대고 엎드렸다가 문득 어느 TV 광고 문구가 생각났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사방 팔방 꽉 막힌 콘크리트 벽, 자동차 매연과 소음, 빡빡한 스케줄, 하늘 한번 제대로 쳐다볼 여유없는 이 팍팍한 공간에서 잠시만이라도 벗어나야 할 것 같아 내친김에 차를 몰았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도착한 곳은 우리 집 뒤의 '월광수변공원'. 제법 큰 호수와 수목들이 잘 다듬어져 있는 아담한 공원이다.
시민들을 위한 시의 배려가 엿보이는 공간이다.
넓은 호수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의 벤치에 자리잡고 앉았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의 모습이다.
잔잔한 호수 위에 내리비치는 햇살이 간간이 부는 봄바람에 반짝임을 더해 흡사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하다.
호수 주위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불그레한 빛을 띠며 군데군데 피어 완연한 봄임을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게다가 맑은 하늘을 보며 눈부셔 본 지는 또 얼마 만인가!
봄기운이 진동하는 자연 속에 온몸을 맡기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해 있다가 학창시절에 읊조리던 옛 글귀가 하나 떠올랐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마는. 어쨌든 잠깐 동안이지만 오늘의 일탈은 성공적이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 졌다.
망중한 이라고 했던가? 바빠 죽겠다고 아우성만 치지 말고 잠시 짬을 내어 망중한을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삶의 여유와 재충전을 위해서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망중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더러 눈에 띈다.
김애규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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