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떳떳지 못한 인권위 표결불참

정부가 제59차 유엔인권위의 '북한 인권상황 규탄 결의안' 표결에 불참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심각하게 이야기하자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국가의 존재이유는 국민의 보호에 있는 것이고, 국민보호의 출발점이 인권보호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정당성과 도덕성을 함께 잃은 조치로 생각된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술·전략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대북정책의 전술·전략을 초월하는 가치가 인권 문제다.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이 곧 민족 동질성의 확보인 것이며, 통일과업의 기반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이해하는 일이다.

따라서 핵 사태 진행과 관계없이 북한 인권개선에 대한 집요한 민족적 관심을 필요로 한다.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권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결의안이 EU에 의해 제기되고, 당사자인 한국이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국가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표결 불참은 인류의 공동선을 증진시킨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소홀히 하는 일이다.

이는 독재정권의 인권침탈을 방치 내지 방조하고 있다는 국제적 경멸을 부를 수 있다.

더구나 우리 정부의 미숙한 인권의식을 전 세계에 노출시킴으로써 스스로의 도덕적 입지를 좁히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는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북한 인권상황을 외면하면 할수록 우리의 국제적 위상만 궁색해질 뿐이다.

세계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

EU는 결의안을 일부 수정, 기존 인권침해 금지 조항은 물론이고 유엔기구와 인도지원 단체들에 대한 접근권 보장, 국제 노동기준 엄수까지 요구하고 있는 마당이다.

또 내년 제60차 유엔 인권위에서도 똑같은 의제를 우선적으로 다루도록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이 결의안 통과에 대해 으름장을 놓는다고 겁을 먹어서는 안된다.

참여정부다운 당당한 접근태도가 필요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