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원 봉사도 거의 종료

"가족 잃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안할 수 있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참사 발생 후 두 달 동안 식사와 생활용품을 챙기며 유가족 등을 보살펴 온 자원봉사자들도 거의 현장에서 철수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삼성 사회봉사단도 18일 천막을 걷기로 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찾아 와 봉사에 나섰던 사람은 1천600여 단체의 연인원 2만6천여명.

참사 당일 유족들의 저녁 식사 500인분을 급히 준비하는 것으로 봉사를 시작, 하루 17∼30명씩 연인원 700여명을 파견해 분향 시민들에게까지 아침.점심 식사를 제공해 왔던 'KT 사랑의 봉사단'은 49재 날을 끝으로 지난 7일 현장을 떠났다.

참사 이틀 뒤인 2월20일부터 54일간 봉사해 왔던 '하나님의 교회 봉사단'은 지난 15일 아침 식사를 마지막으로 봉사한 뒤 철수했다. 이 봉사단은 하루 160명이 4개 팀으로 나눠 24시간 활동했다. 이정순(43.여.대구 대명동)씨는 "슬퍼서 밥조차 못먹는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저녁마다 회의를 해 새 메뉴를 찾아 왔다"며, "이제 한 가족처럼 편해진 사람들을 두고 떠나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씨는 유가족들이 날씨가 차가운 밤이면 난로를 갖다 주기도 했고, 그동안 고마웠다며 후원금을 전하기도 했다고 이별을 아쉬워했다.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킨 '삼성 사회봉사단'은 참사 발생 만 두 달되는 18일로써 활동을 마감할 예정이다. 참사 다음 날부터 시민회관 한쪽에 천막을 치고 봉사를 시작한 이 단체에는 대구.경북에 있는 10여개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하루 2교대로 참가, 오후 8시30분까지 점심.저녁을 제공했다. 당초엔 하루 3교대로 24시간 활동하기도 했으나 유가족과 방문객이 줄면서 봉사단 규모를 줄인 것.

삼성봉사단은 삼성전자 구미 공장 식당에서 마련한 500명분의 식사를 매일 오전 11시30분과 오후 4시30분 현장으로 실어 날랐었다. 삼성전자 정행기 과장은 "울어 얼굴이 퉁퉁 부은 유가족들을 보면서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한계에 참담해 했었다"며, "유가족들이 요즘은 그나마 밥이라도 챙겨 먹어 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자원봉사를 지켜본 시민 김성환(42.대구 이천동)씨는 "자원봉사자들의 '함께 나누는 삶'이 슬픔을 덜어주고 세상을 따뜻하게 했다"고 했다. 그 사이 시민회관에는 음료수.과일.빵.수건.담요 등 물품 12만5천여점이 전달됐고 성금 652억여원이 접수됐으며 국내외에서 8만5천500여명이 찾아 분향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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