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들은 걸핏하면 휴가다.
별장에서 그들은 말도 타고 골프도 치고 책과 TV를 보며 망중한을 즐긴다.
그러나 말이 망중한(忙中閑)이지 역대 대통령들은 이곳에서 세계정상들을 만나고 역사를 만들어냈다.
부시가 대(對) 이라크전을 '리모컨'한 곳도 데이비드 별장이다.
▲외국정상들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최고의 환대는 크로포드 별장 초대다.
지금까지 초대받은 인물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폭스 멕시코 대통령 뿐이다.
어려운 협상자를 설득하는데는 분위기가 최고임을 아는 탓이다.
카터 대통령이 30년 총성을 잠재우고 중동 평화협정을 체결한 곳도 바로 메릴랜드 주 카톡틴 산맥 속의 '캠프 데이비드'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대통령 전용별장 청남대에서 하룻밤을 잔다.
내일 아침엔 거기서 민주.한나라.자민련의 3당대표와 만나 국사를 논한다고 한다.
잔뜩 꼬여있는 대북송금 특검문제.경제.안보 등 현안들이 풍광좋은 그곳에서 술술 풀렸으면 한다.
애시당초 첫단추 잘못꿴 언론문제도 '처음부터 다시' 얘기됐으면 싶다.
▲이 청남대가 내일을 끝으로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전통(全統)때 만들어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처럼 보였던, 충북 청원군민들의 민원의 대상이었던 55만평 대통령 별장터를 노대통령이 주민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진해의 별장에 휴가를 가면 잠수부들이 대통령의 낚시대에 아예 고기를 물려주었다더라" "전통이 청남대에서 낚시할땐 미리 물고기를 확 풀어놨다더라"하는 참말인지 헛소린지 말도 참 많았었는데 이제부턴 다 '옛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참 아쉽다.
대통령이 청남대를 돌려준다니까 신문이고 방송이고 박수치는 소리밖에 없다.
우리의 대통령은 어디가서 푹 쉬나? 그 골치 아픈 정치판에서 잠시나마 도망쳐 나와 머리를 식히고, 새 구상을 할 '대통령의 휴식공간'을 이렇게 대책없이 내어주고 나면 앞으로 우리 대통령들은 어디가서 쉬나? 이런 생각 한번쯤 해보는 것도 국민들의 도리일 터이다.
▲지상2층, 연건평 975평의 청남대 본관건물은 소문난 잔치집처럼 호사스럽지도 않았다고 한다.
애시당초 땅을 너무 넓게 잡고, 대청호반을 대통령이 독차지하다시피한 그 '권위주의'의 잘못 때문에 지금 대통령이 별장을 내놔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안타까운 것이다.
때마침 청남대를 물려받은 충청북도가, 막상 받고나니 각종 시설물의 연간 관리비 50억원때문에 고민에 빠졌고, 그래서 대통령별장이라는 상징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1년에 한 두번 청남대 방문을 오히려 건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 것 같아 찜찜하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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