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엘류 축구' 일에 0대1 석패

'움베르투 코엘류호'가 무겁게 발걸음을 떼고 있다.

코엘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상대 기습에 허둥대다 나가이 유이치로에게 뼈아픈 결승골을 허용, 0대1로 무너졌다.

나가이는 후반 47분 한국의 허리를 뚫은 산토스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에어리어를 돌파한 뒤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조병국이 걷어낸다는 볼이 그의 오른발을 맞고 골망을 흔드는 행운을 잡았다.

한국은 이로써 지난 98년 3월 다이너스티컵(1대2패) 이후 5경기 만에 일본에 패했으나 역대 전적에서는 37승17무11패로 여전히 우세를 이어갔다.

코엘류 감독은 올 초 부임 후 1무1패를, 일본의 지코 감독은 1무2패 후 귀중한 첫 승을 올렸다.

한국은 이날 슈팅수 14대5에서 드러나듯 시종 주도권을 쥐고도 번번이 마무리 난조에 발목이 잡혀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했다.

골결정력 부족과 패스워크.수비 불안, 한.일전이 주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패인이었다.

문전에서 잡은 결정적 기회를 골로 연결짓지 못하는 답답함은 지난해 한일월드컵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슈팅수에서 무려 3배 가까이 차이로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골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무기력함을 되풀이했다.

이천수와 최태욱의 스피드 넘친 측면 돌파까진 좋았지만 문전으로 이어지는 센터링의 정확도가 떨어져 전반적인 리듬이 끊어졌고, 안정환은 지나치게 볼을 끌다 기회를 놓치는 옛 버릇을 보여 공격 콤비네이션에 지장을 초래했다.

코엘류 감독은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수비시 볼을 따낸 뒤 한번에 사이드어태커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잇는 기습 패턴을 살리도록 주문했지만 이는 공격진 간의 호흡난조로 인해 되레 후반 막판 체력을 급격히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선수들에게 조직력보다 개인기를 요구, 경기장을 넓게 쓰는 코엘류 감독의 스타일도 '킬러 부재'와 맞물려 난조를 부채질했다.

한.일전이란 비중 있는 경기에 아직 적응이 안 된 포백 수비시스템을 고집한 것도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빠져있던 박충균과 올림픽대표인 조병국에게 포백을 이뤄 일본의 정교한 패스워크를 묶도록 주전의 중책을 맡긴 것은 감독 스스로 화를 불렀다는 비판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축구 전문가들은 "코엘류 감독이 추구하는 '원톱' 공격과 '포백' 수비 시스템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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