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취재> "생우 입식 반대" 경주 밤샘 농성

농가 입식을 시도하는 수입업체와 결사 저지에 나선 한우농가간의 밀고 밀리는 첨예한 대립이 계속된 가운데 16일 낮 경주에 도착한 호주산 생우 147마리는 7대의 트럭 적재함에 분승된채 하룻밤을 세웠다.

수출사업단측이 이날 오후 6시30분쯤 전위대 20여명을 내세워 진입을 시도했으나 농성중인 300여 농가의 결사반대로 입식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중이던 5개 중대 600여명의 경찰병력에 의해 진압됐지만 한우협회 회원 2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자 한우협회는 오후에 도착한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협상요구안을 제시했으나, 수출사업단은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입한 생우들인 만큼 더이상 대화나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거절했다.

한우협회 요구사항 중에는 △수입생우 유통구조개선△수입생우 육류 도매시장 상장△생우수입농가 한우정책자금 회수 △질병있는 생우 수입금지 등 일부는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인데도 깊어진 감정의 골 때문인지 대화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영농법인 축산물수출사업단 한두식 대표이사는 "호주산 생우는 농가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한우농가의 기득권 주장에 결국 소비자와 농가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맞서고 있다.

경북고속도로 건천IC에서 경주쪽으로 3km 떨어진 건천읍 모량리와 경주시 광명동을 잇는 광명마을 진입로변에서 물한모금 얻어먹지 못한 생우들은 긴 여행에 지친 표정이다.

초원에서 방목한 호주산 생우는 탄탄한 몸집으로 한우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사료를 먹지 않고도 2∼3일간은 견딜수 있으나 계속 물을 주지 않으면 탈진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축산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그러나 타이탄 트럭으로 진입로를 막은채 시위 중인 한우농가에서 생우에 물을 공급하려해도 수입업체가 "차안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농가입식 전에는 물 한모금 줄 수 없다"며 완강히 버티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지난 2001년 생우수입때 한우협회 저지로 피해를 입었다며 창원지법에 10억7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수출사업단은 이번 경우도 "입식을 거절당할 경우 손실부문을 소송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혀 한우농가와 생우수입업체간의 마찰이 법정으로 비화될 조짐도 없지 않다.

생우수입은 이번이 다섯번째이지만 정부는 수출업체에 허가만 해놓고 사태수습에는 '나몰라'하고 있어, 결국 농민들간의 갈등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한우농가와 수출사업단을 한자리에 모아 이같은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방안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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