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가 16일 저녁 한일축구대표팀간 경기가 벌어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지난 대선 직전인 12월 18일 밤 정 대표가 당시 노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선언을 한 지 4개월만에 처음이다.
정 대표는 노 대통령이 경기장에 도착하기 훨씬 전에 지하입구에서 대기했고 노 대통령이 도착하자 "안녕하십니까"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과 같이 가야 대접을 받을 수 있죠"라며 농담을 건넸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정 대표가 대한축구협회장 자격으로 이날 경기에 노 대통령을 초청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노 대통령은 경기 전 인사말을 통해 "정몽준 축구협회장의 특별초청을 받았다. 앞으로 함께 협력해 한국축구의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정 대표를 회장님(축구협회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공조파기나 지지철회선언 등 대선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 대표의 안내를 받아 나란히 귀빈석에 앉아 경기를 끝까지 관람했다. 전반전이 끝난 후 잠시 가와구치 일본축구협회장 등과 만나서 환담을 나눌 때는 골프가 화제로 올랐다. 정 대표가 노 대통령에게 "부시 미 대통령이 골프를 좋아하는데 미국을 방문하실 때 부시 대통령과 골프를 한번 하는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노 대통령은 "그렇게 시간이 날 것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한편 청와대 송경희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한일전 관람은 국민통합을 위한 행보"라고 밝혀 대선 때의 앙금이 정리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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