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체치료 응용 본격 불붙어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참여중인 6개국 과학자들이 지난 15일 인간생명의 유전적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인간 게놈지도를 99.99%의 정확도로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생명의 기본단위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구성하는 네가지 염기다.

인간 게놈지도의 완성은 이 염기서열들이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를 해독해냈다는 것을 뜻한다.

곧 인간 생로병사의 비밀의 문이 열린 셈이다.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 채치범 소장으로부터 게놈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쉽게 풀어본다.

▲게놈(Genome·유전체)이란=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복합어다.

어떤 생물의 세포가 가진 유전정보인 DNA(디옥시리보핵산)를 모두 합친 것을 말한다.

한 개체에 있는 모든 세포는 동일한 수의 염색체와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어 하나의 세포만을 분석해도 전체 게놈 정보를 알 수 있다.

인간은 23쌍의 염색체가 30억쌍의 염기서열을 이루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지난 1990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 6개국의 지원하에 각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컨소시엄이다.

유전자의 특성, 변이, 조작 등을 연구해 30억쌍의 DNA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유전자지도를 작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3년전인 2000년 6월 인간게놈지도의 97%까지 완성한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게놈지도 완성 의미=유전자 변이와 질병의 연관성이 분명해지고 이를 토대로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

개인별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는 맞춤 치료법은 물론 질환부위만 선별적으로 치료하는 약품, 출생시 앞으로 걸릴 가능성이 많은 질병을 예상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 등이 가능해진다.

▲게놈지도 왜 공개하나=이번에 완성된 게놈지도는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자유롭게 공개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견으로 인한 의료혜택이 언제쯤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게놈지도의 완성으로 이제 출발점에 선 상황이고 이제 이를 응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후의 연구방향=지도 위의 30여억쌍 염기서열 정보는 인간 생로병사의 기초적인 설계도에 불과하다.

이 설계도상의 정보가 무슨 의미와 기능을 하는지 일일이 찾아 밝히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 염색체안에는 10만여개의 유전자가 있지만 그 기능이 밝혀진 것은 1만여개뿐이다.

공개된 유전정보를 활용,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과 암, 치매 등 각종 질병 관련 여부를 밝히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 수준=중국보다 우수했던 분야가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끌어내지 못해 뒤처지게 됐다.

중국은 최근 벼의 게놈지도를 완성해 전세계 절반 이상 인구의 주식인 쌀의 증산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국책사업으로 중점 지원한 성과물이다.

유전자 서열 결정보다 이를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학기술부의 프론티어유전체 사업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암이나 다른 불치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아 병의 원인과 진단방법, 치료방법, 신약개발 등의 응용분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부작용은 없나=논란의 여지가 많은 유전자변형 농작물과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10년전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겼으면 유방암의 위험이 있다.

생명보험사가 이런 개개인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일 가족 중의 한 명이 유방암으로 죽었다면 쉽게 가족병력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딸은 이를 미리 알고 싶어할까? 질병과 관련된 개인의 유전자 배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취직 등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결혼 등 사생활까지도 침해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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