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짜리 딸을 둔 채 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나은경(28)씨. 이보다 더한 절망이 있을까 싶지만 그녀는 밝은 웃음을 놓지 않는다.
KBS 1TV 영상기록 병원 24시는 18일 '엄마는 울지 않는다'편(밤 12시)을 방송한다.
스물 여섯에 폐암 선고를 받은 나씨는 국립암센터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가진 사람으로 불린다.
그녀는 폐암 병동에서 가장 나이 어린 폐암말기 환자로 비소세포암 그 중에서도 선암종을 앓고 있다.
선암은 여성에서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병하며 전이가 잘 되는 암종으로 림프절 이외에도 간, 뇌, 뼈, 그리고 부신 등에 전이가 되는 암이다.
담배 한번 피워 본 적 없고 병원에 갈 일이 없었던 은경씨. 그러나 재작년 첫 딸 하은(3)이를 낳고 심한 기침감기로 병원을 찾았을 때 암은 어느새 그녀의 폐는 물론 뼈와 머릿속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그때 당시 은경씨는 고작 2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 후로 1년 8개월이 지났고 은경씨는 아직 살아 있다.
"나는 살고 싶다"며 강한 의지로 삶의 끈을 놓지 않는 은경씨. 은행 직원이었던 은경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는 남편 표주성(31)씨. 낮에는 가구설비 용역일을 하고 밤에는 병원에 들러 아내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은경씨가 처음부터 아픈 사람이었어도 결혼을 했을 거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주성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은경씨 앞에선 늘 웃음 띤 얼굴이다.
남편과 함께 은경씨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또 한사람은 딸 하은이다.
하은이는 요즘 한창 말을 배우는 중이다.
하은이는 "엄마 아파?"란 말을 제일 잘한다.
딸을 낳자 마자 암선고를 받았기에 딸에게 아픈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늘 무겁다.
은경씨는 하은이를 위해서라도 또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지난 2월 집에서 투병하던 은경씨가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왔다.
폐를 싸고 있는 주머니가 터져 폐와 뼈 사이에 공기와 물이 차면서 폐를 찌그러뜨려 숨을 잘 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호스를 끼워 물과 공기를 빼내고 있지만 폐가 아물지 않아 은경씨의 상태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폐와 뼈, 뇌에 있는 암세포는 수술할 수 없을 만큼 퍼져버렸고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는 모두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은경씨는 울지 않는다.
2개월의 짧은 시간을 선고받고도 지금까지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병과 싸워나갈 것이다.
그녀에겐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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