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내버스파업-도마 오른 공동배차제

업체별 노선 독점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던 대구 시내버스 공동배차제가 도마에 올랐다.

버스회사에 이익이 적어지고 심지어 적자 주장까지 나온 뒤 현실에 맞지 않게 됐다는 것. 또 운전기사들에게도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공동배차제는 폐지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대구 시내버스 노사는 18일 오전까지도 임금 및 식비 인상률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임단협 교섭을 일괄 타결짓지 못하고 있지만, 공동배차제에 문제점이 많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여기에는 대구시도 동감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정비가 이뤄질 전망인 것.

공동배차제의 문제점을 노조는 "운전기사들이 많은 노선을 숙지해야 하고 배차시간을 맞추기 급급하다 보니 승객 서비스가 떨어지며 회사간 수입 경쟁으로 끼어들기.과속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현행 공동배차제는 좌석버스는 1개조, 일반버스는 3개조로 노선을 나누어 회사별로 돌아가며 운행토록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일반버스 운전기사 1명이 숙지해야할 노선은 31개, 좌석버스는 24개에 이른다고 기사들은 말했다.

일반버스 운전기사가 처음 운행했던 차량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간은 시내버스 117일, 좌석버스 131일이고 1개 노선에 투입되면 평균 5~7일정도 운행하게 된다는 것.

세한여객(중리동) 버스기사 오영규(37)씨는 또 "같은 노선에 3, 4개 회사 버스가 운행하다 보니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사들이 승강장을 건너뛰거나 교통신호 무시, 난폭운전 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버스기사들은 공동배차제가 업주의 나눠먹기식 이익 챙기기에만 유리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올 연말까지 공동배차제 개선책을 마련, 내년부터 '권역별 공동배차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대구시내 88개 버스노선을 현재보다 더 세분해 8개 권역으로 묶은 뒤 특정 회사 버스는 해당 권역의 노선만 운행하게 한다는 것. 조각환 대중교통과장은 "권역별 공동배차제를 시행하게 되면 기사들이 집과 차고지, 버스 기종점을 다니는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노선을 숙지하기가 수월해지며 버스회사간 과당경쟁 부작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권역별 공동배차제를 시행하되 공동배차 조정이 어려운 노선의 경우 노선입찰제를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권역별 공동배차제 아래서는 버스회사들이 수입금 높은 노선만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권역별 평균 수입금을 조사해 평균치를 밑도는 노선에 대해서는 시비를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경교통개발연구원에 맡겨 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버스 노사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권역별 공동배차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는 "대구시내 전 노선을 현재의 3개조에서 8개조로 재분류해 담당 회사를 지정해 고정 운행하게 할 경우 업체간에 수익 구조에 차이가 올 수 있다"며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차라리 전면적으로 노선 입찰제를 도입함으로써 버스 회사 적자 타령도 해소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 제도는 각 노선을 입찰에 부쳐 적자액으로 입찰되면 대구시에서 보전하되 흑자액으로 입찰된 노선에 대해서는 운행 회사로부터 낙찰금을 받아 적자 노선 보전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버스 회사에 노선 운행 책임을 전적으로 일임하는 것이어서, 회사들은 입찰 때 운전기사 임금 인상분까지 고려함으로써 노사 분쟁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해용.최경철.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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