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미래를 연다-한방바이오 밸리

한방바이오밸리 조성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주로 한방을 서구적 의미로 표준화, 과학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산업화 시장이 국내 또는 아시아권 일부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과 기존의 BT(생명공학) 관련 기업 및 미래지향적인 '신소재' '신물질' 연구개발(R&D) 간에 투자 효과성에 따른 논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또 지난해 10월 발표된 경산대의 '한방바이오산업진흥원 설립 연구'가 대선공약 등을 거치면서 지역 숙원사업으로 부상하고, 국가적 프로젝트로 선정되기까지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경산대는 한약재규격인증센터, 유통정보센터, 시험생산공장, 효능검증원 등이 포함된 367억2천300만원 규모의 한방바이오산업진흥원 설립을 제안했었는데, 이것이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30만평 부지에 6천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갑작스레 확대됐다는 것이다.

한 지역대학 교수는 "경산대의 연구결과 발표와 관련, 자문위원 상당수가 대구약령시와 관련된 유통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의 경우 사업성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보였었다"며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 프로젝트가 초대형 사업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한방+바이오', 즉 한방의 규격화, 표준화, 과학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사업성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를 우려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방이 분석적 기법을 바탕으로 수 백년 전통을 가진 서양의학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해야 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볼 때 한방바이오밸리의 성과는 한약재 유통과 건강보조식품, 기능성식품 등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이 또한 세계적 수준의 과학적 검증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은 자연히 국내로 한정될 것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이 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과학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인해 '양방'과 '한방'간에 갈등이 초래될 위험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이종현 경북대 교수는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지적했다.

일찍부터 전통의약 분야를 집중 육성해 일본 전체 전통의약 생산액의 51.7%를 차지하는 대표적 한방바이오산업 지역인 도야마현도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324개 의약품 관련 제조기업이 번성하고 있고, 도야마의과약과대학, 도야마의과약과대학 부설 화한약(和漢藥:한방의 일본식 명칭)연구소, 도야마의과약과대학 부속병원 화한약진료부(WHO 전통의학연구협력센터 인증), 도야마현립대학 생명공학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한방바이오의 과학화.세계화를 위해 몰두하고 있지만, 국제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과학성'을 확보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도야마현은 최근 단백질분석기술을 이용한 한약효과의 과학적 해명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산.학.관 연계를 통한 '도야마의약바이오클러스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방바이오 산업이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만큼, 경제적 기대효과를 부풀리기보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R&D 및 산업화 전략을 수립해 차근히 진행시킨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방'의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에 따르는 어려움은 또 식품과 첩약 중심의 기존 BT업계와 '신소재' '신물질' 개발을 주 목적으로 하는 미래지향적 BT업계간에 투자우선순위에 따른 갈등을 초래한다.

한방바이오밸리의 하드웨어 인프라와 장기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미래지향적 R&D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이미 시장을 갖고 있어 투자의 효율성이 높은 기존 BT업계가 오히려 소외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 기존업계와 연관성이 높은 전문가그룹의 불만이다.

이와 관련, 허태린 경북대 교수(대구.경북바이오포럼 추진위 사무총장)는 "궁극적 목표는 천연물 한약재를 바탕으로 한 '신물질' 및 '생약제 신약'의 개발과 사업화이지만, 이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연구소와 초대형 다국적기업 등과의 협력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따라서 단기적 사업화의 초점은 건강보조식품보다 한 단계 높은 기능성식품(정부인증 필요)에 중점을 둬 3천여 개에 이르는 대구.경북과 경남권의 기존 BT업계와 협력 클러스터를 갖추자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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