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위치의 타당성 문제를 싸고 논란이 빚어져 왔던 경주 석굴암 모형전시관 건립 계획이 무산돼 일말의 아쉬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예견돼 왔었다.
발상이나 취지는 좋다고 하더라도 역사 유적의 환경을 해치고 역사적 의미를 훼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옳은 판단이다.
다만 신중하게 입지와 규모, 재질 등을 재검토한 뒤 건립이 재추진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문화재위원회는 18일 석굴암 역사유물전시관 건립 사업에 대해 "필요성과 취지는 인정되나, 현 건립 계획(안)의 예정 위치(석굴암 경내)는 부적절하므로 향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시관 위치를 포함한 건립 규모, 모형 재질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재고"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재검토하되 건립 추진을 늦잡치지는 않았으면 한다.
불국사와 문화재청이 지난해 2월 석굴암 동남쪽 100m 지점에 석굴암과 똑같은 '제2석굴암'과 영상실 등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심한 반대 여론에 부딪쳤다.
학자와 문화예술인들은 "석굴암 경내의 대규모 건축은 훼손을 가져온다"며 위치 변경을 요구했으며, 실물의 재질인 화강암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시멘트나 합성수지로 모조품을 만들려는 계획에 조잡성 등을 우려하는 소리도 높았다.
석굴암은 8세기 통일신라시대의 융성했던 문화의 결정체다.
서기 751년에 불국사와 함께 축조됐으며, 신라인의 종교적 혼이 담긴 불교문화재이자 건축과 조각, 종교와 수학, 천문학·기하학·물리학 등 모든 분야가 어우러져 있어 예술적 가치가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유리 보호막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숭엄미 넘치는 본존불과 부조들을 제대로 볼 수 없는 형편이다.
제2석굴암 건립 목적이 본래의 문화재를 보존하면서 관람객들이 실물 크기와 똑같은 석굴에 들어가 가까이 느끼게 하자는 의도라면 관광객이 접근하기 쉬운 경주 일원에 짓고, 실물과 같은 재질로 그 깊은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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