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주보며 달리는 철도 노사 -교통·물류 대란 '초읽기'

철도노조 파업이 20일 새벽 실행될 경우 열차 운행은 20% 정도로 감소하고 대구·경북에서는 대구∼포항·김천·마산 등의 통근열차만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은 일요일부터 전국에서 교통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심각할 승객 불편=파업이 시작되면 대구·경북지역을 통과하는 하루 198편의 여객 열차 가운데 40여편, 하루 128편의 화물 열차 중 20여편만 운행 가능할 것이라고 철도청은 전망했다.

특히 여객 열차는 통근 열차 유지에 중점을 두기로 해 새마을호·무궁화호 운행이 전면 중단되고 동대구∼포항·마산·김천 구간 통근열차만 운행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 경우 2월25일부터 이틀 동안 벌어진 철도노조 파업 때 대구·경북의 운행률은 경부선 23%, 대구선 13%에 불과했었다.

이들 열차나마 운행할 수 있도록 철도청은 18일 간부사원 비상근무령을 내리고 대체 인력 투입 준비에 들어갔으나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동대구역 박윤환 여객팀장은 "특히 파업 예정 첫날인 일요일 승차권이 매진된 상태여서 승객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여객기·고속버스 등 다른 교통편을 예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는 경부선·대구선·중앙선·동해남부선(부산∼포항)·경전선(동대구∼마산) 등 5개 노선이 운영되고 하루 평균 승객이 7만여명에 달한다.

파업할 경우 화물열차도 유류·컨테이너 수송 위주로 겨우 유지돼 시멘트·건설자재 등 기간재 수송이 마비되며 부산항 수출입 화물 운송도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파업 왜 하나=철도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1인 승무제 도입 철회 △부족인력 충원 △해고자 복직약속 이행 △작년 파업 관련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노조활동 탄압 중지 △외주용역화 철회 △민영화 포기 등이다.

특히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해고자 복직 문제로, 노조측은 해고자 77명 중 작년 2월27일 파업 타결 때 약속했던 45명 우선 복직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인력 충원과 관련해서는 1인 승무제 도입을 위해 2000년 감축한 1천481명분 정원 환원, 열차 감시원 244명 충원, 고속철도 파견으로 초래된 부족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민영화법 폐기, 시설과 운영 분리 철회 등도 요구 사항이다.

이에 반해 건설교통부와 철도청은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한 뒤 운영 부문을 공사화하는 방안을 이미 추진, 민영화법안에 반영한 만큼 더 이상의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도 철도 서비스 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운영부문은 공사화하고 시설부문은 시설공단을 만들어 맡도록 방향을 제시했었다.

◇파업 정말 이뤄질까?=정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가담자 형사 처벌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사교섭 대상이 아닌 손배·가압류 철회 등 민사적 문제까지 들고 나오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 작년 11월26일엔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을 기각하고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기도 했었다.

행정지도가 내려지면 파업권이 제한된다.

올해 경우 노조 자체로도 파업 돌입에까지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20일 있은 파업 찬반투표 찬성률이 재적 조합원의 51.4%(투표 참여 조합원의 57%)에 그쳤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영주본부는 파업에 대비해 2천여명의 조합원 전원에게 19일 오후 4시까지 영주역 차량기지 앞 철도 운동장에 모이라고 통보하고 19일 저녁 7시부터 예비 집회에 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20일 새벽 0시에 출정식을 갖고 파업에 들어갈 예정. 그러나 교섭에서 일부 진척도 있어 19일 오전 10시 재개된 교섭을 통해 극적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철도노조=대구·경북 4천여명 등 전국에 2만1천여명의 조합원이 있다.

부산·영주·대전·순천·서울 등 5개 지방본부를 뒀으며 대구·경북 노조원은 부산·영주·대전본부에 나뉘어 소속돼 있다.

각 지방본부 아래에는 기관사지부, 차량지부, 역무지부 등 예하 지부가 있다.

한국노총 소속에서 작년 초 파업 이후 민주노총으로 변경한 뒤 투쟁 강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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