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 설립은 '대구테크노폴리스' '한방바이오밸리' '양성자가속기' 등 대구·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미래형 전략 프로젝트 중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우선 순위 1위로 꼽히고 있다.
현재 과기부가 준비중인 '지방과학기술진흥에 관한 법률'이 국립연구소 분원 등을 각 지방에 설치함으로써 중앙정부가 여전히 주도권을 가지는 형태를 띠는 반면, DKIST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은 지방정부와 지방대학 등이 중심이 돼 만들고, 지역산업적 특성을 살려 과학기술의 산업화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의 산업기술연구원이다.
중앙정부의 국립연구소는 우리나라 과학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초연구에 중점을 두지만, DKIST는 산업과 직결되는 응용·산업화 연구가 중심이 되는 이른바 '돈되는 연구'를 하는 기관이다.
DKIST의 중요성은 지역 현실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산업사회를 벗어나 과학기술 중심의 지식경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 궁극적으로는 이를 갖춘 '인재'가 지역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참 복받은 곳입니다" 대구를 방문한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11년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당찮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상당히 일리있는 '함축'을 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49개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수많은 인재들과 1만명이 넘는 고급인력(교수 등)을 생각해 보자. 또 우리가 지금껏 첨단산업적 관점에서 보지 못한 의과대학과 종합병원 등의 잠재력을 상상해 보자. BT(생명공학) 산업의 핵심이 신약 개발이고, 이를 위해서는 전임상단계까지의 기초연구와 임상연구가 필수적인 만큼 대구가 세계적 연구소 및 다국적 제약사 등과 네트워크를 갖춘다면 세계적 BT산업의 중심지가 못될 이유가 없다.
IT(정보기술) 분야는 또 어떤가. 지난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는 IT분야 인재 50% 이상이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사실은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잠재력'과 '영광'의 빛에 그늘진 참담한 지역경제의 모습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포항공대, 영남대 기계공학부 등 우리지역이 배출한 우수 인재 중 지역에서 남아 활동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는가.
우수한 고교졸업자 상당수를 서울지역 대학으로 뺏기고, 지역대학을 졸업한 우수 인재 역시 수도권 대학원으로 또 뺏기고, 그나마 지역대학에서 남아 어렵게 석·박사 학위를 받아도 지역에서는 마땅히 일할 자리가 없는 것이 지역사회의 '비전'을 잃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국내외에서 실력과 명성을 쌓고, 이제 고향에 돌아와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려 해도 일할 곳이 없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현 정부가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지역발전을 추구한다고, 많은 예산을 지방대학에 투입하더라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그룹의 중론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DKIST 설립이야 말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빠르게 지역대학과 사회, 경제의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으로 믿는다.
DKIST의 벤치마킹 모델은 타이완의 ITRI(산업기술연구원)다.
ITRI는 칭화대, 지아오통대 등 인근 대학 출신 우수인재와 해외 고급인재들을 유치, 과학기술의 산업화 연구에 집중함으로써 첨단벤처를 창출하고, 이를 신주과학단지에 정착시켜 지역경제 발전의 활력소로 키운다.
또 기존 기업들과의 다양한 협력연구로 기업들이 세계시장 변화에 맞는 신제품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욱이 ITRI는 지역대학과 협력, 상호교류함으로써 지역대학의 교육수준을 향상시키는 한편, 지역대학 출신 우수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 고급 과학기술인력이 다시 지역 대학과 기업, 정·관계에서 활동하는 선순환의 '엔진' 역할을 담당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이 바로 타이완의 ITRI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지역대학의 혁신, 지역경제구조의 혁신, 지역사회 메커니즘의 혁신이 가능하고, 지역민이 바라는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대구·경북 첨단산업클러스터의 구현이 가능하게 된다.
강성철 대구시과학기술진흥실장은 "특별법으로 설립될 DKIST는 지방정부와 지방대학 주도로 설립되고, 중앙정부는 지원 역할을 하며, 대기업의 참여가 보장되는 형태를 띠어야 한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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