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포로 '스페인식 돈가스'

젊은이들의 거리, 동성로. 젊은이들의 입맛 변화에 따라 동성로의 많은 외식업들이 떴다가 사라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집 건너 한집 꼴로 들어섰던 '안동찜닭집'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에는 '일본식 돈가스'가 유행, 동성로에만도 10곳 이상이 성업 중이다.

이러한 변화무쌍함 가운데서도 흔들림없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은 퓨전 중국, 스페인 음식점과 카레, 베트남 음식 전문점. 음식의 양보다는 질을, 평범한 음식보다는 색다른 음식을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해외 여행을 경험한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세계 각지의 음식 맛이 낯설지 않게 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직장인 조은영(27·여)씨는 지난해 베트남에 갔다 먹은 쌀국수를 잊지 못해 동성로의 베트남 쌀국수 집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젊은이들은 온·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인터넷 포탈 사이트 '다음'에만 해도 대구지역 '맛집 찾기' 동호회 수가 30개가 훨씬 넘는다.

인터넷 동호회 '대구 맛따라 길따라'의 경우 회원수가 1만8천여명이나 된다.

이들은 대구지역 음식점에 대해 점수를 매기기도 하고 추천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색다른 음식에 대한 관심은 지역·전국을 넘어 '해외로 맛여행을 떠나자'는 게시판을 따로 만들게 했을 정도다.

이곳에 자주 오르내리는 맛집 중 한곳은 동성로 한가운데 자리잡은 '포포로'. 25평 정도의 좁은 공간이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중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늘 줄을 길게 서 있어 기다리지 않으면 맛보지 못할 정도다.

포포로의 주 메뉴는 '스페인식 돈가스'. 매운 맛이 주 특기다.

지중해 주변 국가에서 즐겨 먹는 '테라포노'를 응용해 만든 '스페인식 돈가스'는 돈가스 안에 치즈가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포포로 김문주(32·여) 사장은 지중해 음식을 연구하다 자기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개발했다고 한다.

테라포노는 원래 밀전병에 감자, 토마토 등 야채를 말아서 먹는 음식이지만 우리 입맛에 맞고 한끼 식사가 가능하도록 변형했다.

'스페인식 돈가스'는 일반 돈가스처럼 소금, 후추 등 양념을 쓰지 않고 양념에 하루 절인 고기를 쓴다.

이를 빵가루에 묻혀 숙성시킨 뒤 털어내고 치즈 가운데 놓고 말아 튀겨내는 것. 여기에다 토마토 소스, 양파, 쇠고기, 마늘 등 20여가지가 넘는 소스를 얹는다.

보통 '돈가스'하면 느끼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돈가스는 먹다보면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맵다.

이 매운 맛이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비결이다.

감자 그라탕 역시 매콤하다.

삶은 감자를 으깬 뒤 야채를 섞고 매운 소스와 치즈를 얹어 내는 그라탕은 원래 그라탕의 맛과 달리 '포포로'만의 맛을 살렸다.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이것은 유행따라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사라지는 음식업계의 현실에서 음식점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교훈이 된다.

최세정기자

도움말: 포포로(053-422-7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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