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理想)은 같다.
가치관이 동양적이건 서양적이건 인류에게 참된 건 남게 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토마스 쿤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수반한다'고 했지만, 이 시대에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오직 변하는 것만이 영원한 진리'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진리(眞理)'란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실제가 밝혀지고 드러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진리는 '모든 것을 그 목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신적 지혜의 원형'이라고 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치관과 의식의 근저에는 선과 악, 참과 거짓,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자신의 이익.편의.쾌락 등에 둠으로써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규범인 진리를 밀어내거나 벗어나 자유를 찾으려는 경향이 짙다는 데 문제가 있다.
목전의 이익만 염두에 둔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주의가 진리를 왜곡하고 오도하는 혼미가 거듭되고 있어 새삼 진리에 대한 회의를 하게 한다.
▲'진리가 있느냐, 없느냐'를 국내의 철학자들이 토론을 벌인 적이 있지만, 철학자들에게는 끊임없는 물음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탈근대성과 그것에 도전하고 응전하는 문제를 놓고 형이상학을 위시한 전통철학, 해체주의 등 현대철학을 전공하는 철학자들이 함께 풀어보려는 시도는 그 때문에 언제나 새삼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이 시도는 철학계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큰 과제이면서 혼미에 빠진 이 시대의 '화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진리'에 대한 회의는 이미 고대부터 있어 왔다.
고대의 회의주의, 근세의 경험론, 근세 이후의 낭만주의, 20세기 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20세기 말의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문제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은 서양철학사를 뒤흔들 만큼 강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철학계는 '유행'이나 '문화 현상' 쯤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으며, 우리 철학계는 불투명한 자세를 취해온 것도 사실이다.
▲후기산업사회.정보화사회로 일컬어지는 오늘의 우리 사회는 '가짜가 진짜를 지배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가치관의 혼란이 심각하다.
한쪽이 이렇다고 주장하면 다른 한쪽은 그게 아니라고 서로가 서로를 탓하며 공방을 벌이는 '언어 경연장'을 방불케 하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이 같은 생각을 새삼 해보는 까닭은 '진리'에 대한 물음은 우리 모두에게 언제까지나 절실한 '화두'로 떠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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