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구사회를 지배하는 화두는 '경기회복'과 '미래형 신산업 유치'인 듯하다.
따라서 대구가 100년 대계를 내다보고 해야 할 '선택'과 '집중'에 대해 감히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는 매주 월요일 한국에 진출한 지 30년이 되는 다국적회사의 한국 법인장과 부사장을 상대로 한국 사회 전반에 관하여 강의와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인 직원수만 2천명이 넘고, 또 외국 회사 중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더욱이 10개가 넘는 관련사를 책임지고 있는 법인장과 부사장이 매주 두시간씩 시간을 내어 한국산업 구조, 지배권력 구조, 재벌의 구조 등을 이해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바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을 위한 올바른 '선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집중'적 투자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황당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세계적인 미래산업을 대구에 소개할까 한다.
다름아닌 '핵폐기물 처리장의 대구 유치'다.
그 누구도 쉽게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감히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핵폐기물의 실체를 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이 쓴 옷, 장갑, 마스크 등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위험도로 따지자면 원자력발전소 자체보다 훨씬 떨어진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에너지의 약 40%가 원자력발전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이를 위해 현재 18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6기가 건설 중이다.
서울.경기를 제하고 가장 많은 수혜를 보고 있는 지역이 영남권이고, 또 가장 많은 원자로가 가동중인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핵폐기물 처리' 및 '원자로 해체' 산업이 고부가 가치이며 세계적이자 장기적인 산업이라는 점이다.
독일의 에어랑엔은 독일 최대 기업 지멘스사의 연구소와 의료산업 본부가 있다.
인구 10만 정도의 도시를 위해 국제 공항을 비롯한 모든 인프라가 완벽히 구비되어 있고 세계적인 의료사업 관련 연구 인력과 바이어의 발길로 그 도시 뿐 아니라 주변 도시의 관련 부품.소재.관광.호텔.박람회 산업들이 동시에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이와 같이 대구도 세계의 '핵폐기물 처리' 및 '원자로 해체' 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다.
크게 보면 대구도 울진도 그리고 안면도도 대한민국이다.
핵폐기물 처리장은 누군가는, 어디선가는 해야만 하는 국가적인 사업이고 또 무책임하게 다음 세대에 미룰 수 없는 우리 세대에서, 그리고 바로 지금 결정해야 하는 과제이다.
여러가지 장점을 나열할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떤 것보다 큰 장점은 독보적인 산업 기술력의 확보가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환경 및 기술 도시로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수 백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인 현실과 그 무한한 시장성을 우리는 좌시해서는 안되며, 나아가 우리가 인류 복지 증진의 수혜자가 아닌 제공자로서의 적극적인 태도로 임할 때 우리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관련 산업의 성장도 동반된다고 확신한다.
이 글에서 구체적인 사업의 방법, 파급효과 등의 문제는 다루지 않았지만, 과학 기술도 하나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대상으로 볼 때, 우리 대구시민과 대구시가 '핵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는 행위자체가 바로 세계적인 산업.기술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도전장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구가 아니더라도 어느 지역에선가는, 또 누군가는 이 짐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의 조건으로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와 원자력 관련 모든 기관의 대구 이전 등을 이뤄낸다면, 대구는 세계적 도시의 반열에 설 확고한 기반을 갖는 셈이 된다.
김두일(44.독일 원자력연구소 연구원.지멘스 원자력발전 한국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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