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허술한 대리발급 "누군가 노리면?"

지난달 26일 온라인 발급제가 시행됨에 따라 인감증명서 떼기가 매우 편해진 반면 부정 발급 소지도 높아졌다.

제도의 보완이 시급한데 인감증명서 온라인 발급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알아본다.

◇어떻게 바뀌었나?=온라인 발급제 시행에 따라 주소지가 아니더라도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장애인등록증, 여권)을 갖고 전국 어느 읍·면·동사무소에 가면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종전에는 주민등록 이전 후 2, 3일간은 인감증명서를 뗄 수 없었으나 이제는 전입 신고와 동시에 발급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인감증명서의 발급 때 담당공무원은 민원인이 지참한 인감도장을 인감대장과 육안으로 대조해 진위 여부를 판단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발급 신청자의 본인 여부만 확인되면 프린터로 인감증명서를 출력해 발급하고 있다.

온라인 발급제 시행에 따라 인감의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 의무가 행정기관에서 은행·등기소 등 인감 수요처로 바뀌게 된 셈이다.

발급 과정을 전산화하고 민원 편의를 꾀한다며 온라인 발급제도를 도입했다는 행정자치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이 인감증명서 부정발급에 따른 책임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온라인 발급제의 가장 큰 취약점은 대리발급 형식으로 타인의 인감증명서를 뗄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인의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알면 대리발급 위임장을 만들어 전국의 읍·면·동사무소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인감도장이 아닌 위임자의 이름이 새겨진 속칭 '막도장'으로도 위임장을 만들 수 있다.

대신 신청자의 신분을 담당공무원은 확인하고 기록해 놓기 때문에 부정 발급 사실은 나중에라도 들통이 나게 돼 있지만, 어쨌거나 누군가가 인감증명서를 몰래 발급받아 부정 사용할 위험성은 높아진 것이다.

인감증명서 발급시 본인 확인 과정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인감증명서를 신청하면 담당공무원은 민원인의 신분증과 행정전산망에 입력돼 있는 화상자료를 대조하는 방법만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달리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동사무소 한 공무원은 "신분증 사진의 인쇄상태가 좋지 않거나 외모가 비슷한 사람이 신분증을 도용해 사용할 경우 속기 십상"이라며 "특히 여자의 경우 머리모양을 바꾼다든지 화장을 달리 하면 신분증 사진과 얼굴 대조를 통한 신분 확인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부정 발급을 막으려면=인감증명서가 부정발급돼 불의의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신분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신분증을 분실했다면 즉시 분실신고를 하고 재발급받아야 한다.

주민등록증의 경우 전화(국번없이 1382)를 통해 발급 날짜와 신분증 유효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분실 신고된 주민증이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인감의 대리 발급 및 위·변조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인감보호 신청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소지 읍·면·동사무소에서 '본인 이외에 인감증명 발급 불가'를 신청해 놓으면 부정 대리발급을 통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대리 발급이 필요하다면 부인 등 가족에게만 대리 발급을 허용해 놓으면 된다.

그러나 홍보가 덜 된 탓에 인감증명서 온라인제도가 시행된 이후 16일까지 대구에서 인감보호를 신청한 사람은 1천573명에 불과하다.

대구시 자치행정과 손명락 행정관리담당은 "전국 어느 읍·면·동사무소에서나 인감증명서를 뗄 수 있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리 발급의 필요성이 거의 없어진 만큼 인감보호신청을 해둬 불의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개선책=요즘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는 인감증명서 발급제도를 개선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인감증명서를 본인 외에는 누구에게도 발급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대리발급은 별도로 신청한 사람에 한해서만 허용하며 △대리 발급시에는 반드시 인감도장을 날인토록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대구시도 현행 인감증명서 온라인발급제에 개선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화상으로도 인감보호신청을 할 수 있게 하고 △대리 발급은 주민등록상 동일세대 가족에게만 허용하며 △지문 확인을 통한 무인 발급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인감증명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17일 행자부에 건의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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