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조선은 거대한 예술작품

"축구장 3배 크기의 유조선이 건조돼 바다 위에 떠오를 때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간 동료들과 고생했던 기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저 가슴 벅찬 보람을 느낄 따름입니다".

30만t급 이상의 초대형 유조선을 건조하는 울산 미포만 현대중공업. 여기에 근무하는 인력만도 2만6천여명에 이른다.

각자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는 근로자들이 모여 있는 현장에서 기능장 4관왕인 이동섭(51) 차장은 더욱 빛난다.

사내에서 유일하게 용접.배관.보일러.판금제관 등 4개의 기능장을 보유한 그는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는지 국가기술자격증을 5개나 보유한 명장 중에 명장이다.

지난 74년 입사해 29년간 한 직장에 근무하면서 그의 손을 거쳐 간 초대형 유조선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이런 그도 처음엔 거대한 철선이 바다 위에 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회사측이 대형선박을 수주해 설계도면을 펼쳐놓고 건조작업을 시작할 때면 '과연 이처럼 거대한 배가 완성될 수 있을까? 물위에 뜨기는 할까?'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었다.

수주를 받은 뒤 소유자에게 배가 인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2년 정도. 거대한 예술작품을 만드는 심정으로 작업에 임한다.

지난 88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관분야 산업명장으로 선정된 그는 그간의 현장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벌써 8년째 사내 기술교육원 교사로서 후배 양성에 열과 성을 쏟고 있다.

사내 재직기사는 물론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기술을 전수하는 이 명장은 지난 2001년엔 학점은행제를 통해 기계공학사까지 취득한 만학도다.

때문에 현대중공업내에선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선배이자 자랑스런 선생님으로, 또 열심히 노력하는 장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도 조선경기가 호황을 띠고 있어 별다른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국 조선시장을 맹추격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이 차장은 지금도 배우는 자세로 매사에 임한다.

"새로운 배 기종이나 문제에 접할 때면 항상 이것을 풀기 위해 연구하고 고민합니다".

울산.윤종현기자yjh093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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