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
사스가 전세계로 급속히 번지고 있지만 뚜렷한 예방책이 없어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기업들의 피해가 미-이라크 전쟁때보다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스의 발원지인 중국 시장이 마비되면서 바이어들이 한국을 찾아 반사 이익을 누리는 업체들도 일부 있어 지역 기업들 사이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칭다오에 진출해 있는 지역 30여개 섬유업체들은 일제히 사스 공포에 휩싸였다. 사스 안전지대로 통했던 칭다오였지만 현지 로컬 방송이 사스로 4명의 중국인이 숨졌다고 보도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진 것.
삼아 김홍조 상무는 "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바이어들의 움직임도 완전히 멈췄다"며 "연일 공장 방역을 실시하고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업체들에 따르면 폴리에스테르 중심의 이 지역 거래 물량은 거의 전무한 상태. 사스의 발원지로 중국 내수 원단의 60~70%가 거래되는 홍콩, 광둥성 일대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완전 끊겼고, 사스가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전역으로 번지면서 바이어들의 지방 출장도 전면 중단됐다.
휴대폰, 컴퓨터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을 수출하는 ㅅ업체 경우 현지 바이어들과의 마케팅 상담이 완전 중단됐다.
이 회사의 중국지사(허난성)는 사스 발원지인 광둥성과 1천km나 떨어져 있지만 사스 공포에 휩싸인 현지 바이어들이 발길을 끊은 것. 소니, 산요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5개 글로벌 기업들과 수출 계약을 맺을 단계였지만 사스로 연락이 두절됐고 올해 홍콩지사 설립 계획도 전면 백지화했다.
올해부터 중국 심천에 에이전트를 두고 동남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ㅁ기계도 된서리를 맞았다. 공작기계, 로봇 등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는 모터 드라이브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올해 아시아 지역 수출 목표를 100만달러로 잡았지만 대규모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청은 이달 현재까지 사스관련 수출차질 액수를 300만~400만달러로 추정하고 있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피해(2천171만달러)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경우 중국으로의 섬유수출 비중이 높아 이라크전쟁때보다 10배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
홍콩 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는 사스로 인한 아시아 각국의 피해가 최소 1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고, 국가별로는 중국이 22억달러, 한국 20억달러, 홍콩 17억달러, 싱가포르 9억5천만달러 등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사스로 중국시장의 무역 거래가 축소되면서 이 지역 수출입 물량이 국내로 이동, 내수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하는 업체들도 적잖다.
지역 나일론 업계 경우 세계 섬유 교역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마비된데다 태국,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도 사스 감염 환자가 속속 나타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아직까지 단 한명의 사스 환자도 발생하지 않은 한국에 미주, 유럽 등지의 바이어가 몰리고 있다는 것.
(주)서광 박부진 사장은 "전반전인 섬유 경기 침체속에서도 무광택 소재인 풀달을 비롯 중국쪽 물량이 대부분인 180, 190T, 타스란 1857, 폴리다우다 등 범용성 제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전쟁 복구 작업으로 섬유 수입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중동지역 바이어들 경우 중국보다는 상대적으로 한국을 선호해 이 지역 수출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것.
대구.경북 견직물조합 박노화 이사장은 "그러나 나일론 범용성 제품의 경우 채산성이 낮아 지역 업체들이 이윤을 남기기 힘들다"며 "이같은 반사이익은 일시적 단기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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