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진출 대형서점 위풍당당

23일은 세계 책의 날.

서울서는 기념행사도 열리지만 고사직전의 대구서점가는 최근 잇따른 서울 대형서점들의 입성으로 오히려 숨 막혀 질식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도서정가제의 실시로 서점간 출혈경쟁은 숙졌지만 영세서점들의 도산과 폐업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역 서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9월 대구 교보문고가 교보빌딩 1, 2층에 730평의 서점을 개업한 데 이어 오는 7월 반월당 삼성금융플라자 지하에 대형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영풍문고는 지난해 성서 홈플러스 내 200여평의 서점을 내면서 대구진출을 타진했으며 오는 7, 8월 대구 중구 반월당 삼성금융플라자 지하에 매장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풍측은 현재 플라자지하 수영장과 볼링장.헬스장 등 2천여평을 임대, 1천여평의 매장(서적류는 500여평)을 만들 계획이어서 지역 최대규모의 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서울 대형서점들의 잇따른 진출로 대구의 영세서점들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서점조합측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교보진출 이후 600여개이던 대구지역 소매서점이 현재 500여개로 감소했고 41군데였던 도매서점 역시 35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대형서점들은 가격할인과 다양한 정보제공 및 영업 마켓팅 전략에다 널찍한 휴식공간 확보로 열악한 조건의 지역 서점가와 골목서점들의 숨통을 죄어온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27일부터 실시된 도서정가제는 구매력이 큰 대형서점들의 입장을 오히려 강화시켜 지역 영세서점들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지역서점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대구에서 20년 넘게 잡지류 서적도매상을 해온 이호완 해문도서 대표는 "2000년 350여개의 거래처가 지금은 절반인 150여곳으로 감소했다"면서 "앞으로 도.소매점 할 것없이 대형서점들의 진출로 경영난에 시달려 폐업 등의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대구서점조합 김종철(57) 조합장도 "서울 대형서점의 진출과 어려운 경제사정 등으로 동네의 골목서점은 경영난이 가중돼 문을 닫거나 떠날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고 진단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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