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가 곧 재활치료

"우리 장애인들에게 스포츠 활동은 무엇보다 좋은 재활치료입니다".

대구 달구벌종합복지관 사회재활팀장인 이원철(36)씨는 요즘 오후만 되면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했다.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불편한 이씨는 대구시청 휠체어 농구단 선수. 지난 18일까지 사흘간 경기도에서 열린 '홀트배 휠체어 농구대회'에서는 팀이 1승1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오는 6월 대전에서 열릴 충무기 대회에서는 꼭 상위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전국 13개 휠체어 농구단 중 1위를 근래 2번이나 차지했을 정도로 팀이 4강권 강호이기 때문.

전국에서 연간 열리는 휠체어 농구대회는 모두 7개.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이 시즌 개막기이다.

휠체어를 몰고 마크를 피하면서 내달리고 슛을 쏘는 속도감은 비장애인 경기 못잖게 박진감 넘친다.

공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휠체어를 달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그럴 때 바퀴를 두 번 이상 저으면 '워킹'. 하체 탄력 없이 상체 힘만으로 슛을 해야 하기때문에 상당한 상체 근력이 필요하다.

티타늄 재질의 가벼운 농구용 휠체어는 바퀴에 경사를 둬 20~30km까지 가속될 뿐 아니라 재빠른 턴도 가능하다.

이씨의 포지션은 '포인트 가드'. 다른 선수에게 찬스를 열어 주고 경기 조율을 도맡느라 쉴틈 없이 코트에 땀을 뿌려야 한다.

그런 그에게 10명의 팀원들이 붙여준 별명은 '코트의 악동' 혹은 '로드맨'. 경기에 몰입하면 NBA 데니스 로드맨처럼 다혈질이 된다는 것이다.

경기를 통해 형성한 강한 승부욕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키워줬다.

"학창 시절 저와 비슷한 장애인들이 남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거나, 비장애인들의 편향된 시선에 마음 상했던 적 있습니다.

저는 이제 무슨 일이든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스포츠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성의 재활까지 가능케 했다고 했다.

계명대 건축과(88학번)를 졸업하고 인테리어업을 하던 그는 취미삼아 장애인 농구 동호회에서 운동하다 5년 전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대구시에 휠체어 농구단이 생기면서 비전업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스포츠맨으로서의 경력은 화려했다.

1997년 전국 휠체어마라톤 대회 1등, 다음해 국제 휠체어마라톤 대회 2위. "한창 때는 '레이싱 휠체어'로 100m를 15.8초에 주파하기도 했어요". 단거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국내에 경기가 없어 마라톤을 택했었다고 했다.

스포츠가 장애인에게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된 그는 좀 더 욕심을 냈다.

2000년 대구 미래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한 것. 장애인 스포츠를 사회복지와 접목시켜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도움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일반의 시각은 더 나아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정규 NBA 경기 전에 휠체어 농구경기가 열리고 많은 관중이 열광합니다.

국내 휠체어 농구도 한번 보신 분은 다시 찾을 정도로 재미 있습니다.

다만 장애인들의 재활 노력이 아닌 당당한 스포츠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전용 체육관이나 장애인 스포츠 코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런 곳이 아니면 승강기.리프트가 없어 경기장 진입이 어렵다는 것. 저상버스가 적어 이동에 힘들고 화장실 문이 휠체어 너비만큼 넓지 못한 것도 탓했다.

농구나 레이싱용 휠체어가 450만~800여만원이나 하는 것도 큰 제약이라고. 그런 고가 장비를 살 때 정부에서 얼마간 보조해 준다면 장애인 스포츠가 더 활성화 될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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