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 시아파 득세... 인접국들 '불안'

이라크내 이슬람 최대 종파인 시아파가 전후 권력 공백을 틈타 지방위원회를 조직하고 주요 시설에 민병대를 파견, 치안 유지를 맡는 등 미 점령군에 이어 제2의 세력으로 부상하자 수니파가 다수를 점하는 주변 국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아파가 전후 이라크의 권력을 장악할 경우 이란식 시아파 신정(神政)정치가 부활할 뿐더러 자국내 시아파를 자극, 긴장을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니파는 전세계 10억 모슬렘(이슬람 신자)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지만 유독이라크에서만은 2천400만 모슬렘중 수니파 비율이 35%에 불과, 시아파가 다수세력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아파는 이번 이라크 전쟁으로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자 반(反)후세인 및 반미를 외치며 적극적인 세력과시에 나서고 있다.

시아파의 부상에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사우디아라비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1천900만 인구중 시아파 비율은 10∼15%에 불과하나 시아파가 그간 표현의 자유를 구속받고 공무원직에 진출할 수 없는 등 차별 조치를 받은데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특히 지난 1979년 발생한 이란 회교혁명을 다른 국가로 전파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이란이 사우디 시아파의 불만을 이용하려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자국 시아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최근들어 이라크 내정에 개입하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 이란에도 곱지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1988년 이란이 테러와 체제 전복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란과 국교를 단절했다가 1991년 걸프전 종료 직후 국교를 복원한 바 있다.

지리적으로 이라크와 떨어져 있는 이집트 등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집트를 비롯한 주변국가들은 미국에 대해 이라크 정치개혁의 속도를 늦추도록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구상대로 국민투표를 통해 지도부를 구성할 경우 다수파인 시아파가 권력을 장악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는 최신 보도들로 인해 이란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이란 요원들이 이라크 남부로 침투해 시아파 성직자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이란의 이라크 시아파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문제에 우려하고 있으며 이같은 입장을 이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외신종합=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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